최태원-노소영 '세기의 이혼' 본격 심리…대법 판단 가를 쟁점은?
천문학적 재산분할금액, 비자금 유입, 경정 논란 등 쟁점 산적
'盧 기여' 인정 근거된 약속어음·메모 대법 판단에 이목 집중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 소송 상고심 심리를 계속하기로 결정하면서 수많은 쟁점들에 대해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은 다른 통상의 이혼 소송과 달리 조 단위의 재산분할 금액, 과거 정권의 비자금 유입 여부, 판결문 경정(수정) 논란 등 여러 쟁점들이 있어 대법원의 고심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빠른 시일 내 결론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을 심리불속행 기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본안심리를 하지 않고 종결시키는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할 수 있는 기한은 8일까지였다. 심리불속행을 내릴 수 있는 기간은 사건 접수 4개월 이내로 제한된다.
대법원이 빠르게 사건을 종결시키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이번 이혼 사건은 본격적으로 대법원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전원합의체 회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 소송 하급심부터 가장 큰 쟁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그룹의 주식이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지였다.
최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SK그룹 주식은 선대로부터 증여·상속받은 '특유 재산'이므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이 같은 최 회장의 주장을 인정해 SK 주식을 제외하고, 재산분할 액수 665억 원으로 정했다. 665억 원이라는 금액 자체가 절대적으로 크지만, 최 회장이 보유한 SK그룹 지분을 고려하면 노 관장 측의 완패였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1심이 노 관장 측 기여를 너무 소극적으로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기도 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990년대 노태우 전 대통령과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의 '정경유착'으로 SK그룹 가치가 증가했고, 이에 노 관장의 기여가 있다고 봐 재산분할 금액을 1조3808억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1992년 SK그룹의 태평양 증권 인수 과정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가량이 사용됐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노 관장 측이 제시한 50억 원짜리 약속 어음 4장을 노 전 대통령과 최 선대 회장의 거래 증거로 봤다.
재판부는 또 태평양증권을 인수할 당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데도 SK그룹이 이를 강행한 것은 대통령과의 사돈 관계를 보호막·방패막이로 인식하고 위험한 경영을 감행해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노 관장 측은 1심에서는 300억 원 어음을 제출하지 않았다가 2심 재판 진행 과정에서 이를 제출했다. 6장짜리인 이 약속어음은 현재 노 관장이 4장만 보관하고 있다가, '선경 300억' 이라고 적은 모친 김옥순 여사의 메모와 함께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불법으로 조성된 비자금인데 이를 재산분할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최 회장 측도 설령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이 최 선대 회장에게 유입됐더라도 불법 자금에 해당해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 약속어음과 메모를 노 전 대통령과 최 선대 회장의 거래 증거로 봐 노 관장의 SK그룹 자산 형성에 기여를 인정했다.
또 불법 조성 비자금이더라도 1991년 당시에는 그 자체가 형사상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았고, 2001년 9월 제정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대상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심에서 비자금 유입의 결정적 증거로 본 김옥순 여사의 '비자금 300억 원' 메모와 4장짜리 약속어음에 대해서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가장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가사소송에서는 형사재판과 달리 분할 대상의 불법성을 판단하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최 회장 측 주장이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은 '판결문 경정' 여부로도 한 차례 논란이 됐다.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이 취득할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최종현 선대 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에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 5650원으로 계산했다.
이를 토대로 1994년부터 1998년 선대 회장 별세까지, 별세 이후부터 2009년까지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며 회사 성장에 대한 최 선대 회장의 기여 부분을 12.5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1998년 5월 주식 가액이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라며 이는 재판부의 계산 오류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 주장에 따르면 당초 재판부가 12.5배로 계산한 최 선대 회장 기여분은 125배로 10배 늘고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로 10분의 1 줄어든다.
2심 재판부는 이같은 최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여 판결문 일부를 수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2009년 11월 주식 가격은 중간 단계의 가치로 최종적인 비교 대상이나 기준 가격이 아니다"라며 결론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최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2심에서 인정한 재산 분할액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수치 오류 때문에 대법원이 재산분할 금액을 재검토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단순 오기에 가까운 오류를 판결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한편 대법원은 최 회장 측이 경정 결정에 불복해 낸 재항고 사건도 심리 불속행 결정을 내리지 않고 심리를 계속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이혼 본 소송 결과보다 빠르게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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