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회사지만 직원 해고 '부당'…노동자 손들어 준 대법 왜?

사업 폐지 명목 직원 해고…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미적용
"부당해고" 판정에 사측 소송…대법 "사실상 5인 이상, 해고 불가"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3.10.6/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불특정 사유로 직원 해고가 가능한 5인 미만 소규모 회사가 인수합병 후 별도 법인으로 남았더라도 실질적으로 한 회사처럼 운영됐다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근로기준법 11조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는 법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 사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청구 기각 판결을 확정했다.

상시 근로자 5인 미만으로 여행사업을 하던 A 사는 2015년 한 회사에 매각됐고, 2018년 호주 기업은 이를 재차 인수했다. 계열사로 남아있던 A 사는 모기업의 국내 자회사인 B 사와 함께 사무실을 사용했다. A 사는 이후 2020년 사업 폐지를 준비한다는 이유로 재경팀 직원에 해고를 통보했다.

해고된 직원은 "사실상 같은 회사인 B 사 직원까지 포함하면 5인 이상 사업장"이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으나 각하됐다. 그러나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해 "실질적으로 하나의 사업장이었으므로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받았다.

A 사는 소송을 제기했다. 사측은 재무, 회계, 인사·노무관리 등이 분리된 별도 사업장으로 다른 계열사와 근로자 수를 합산해 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으로 해고가 불가피했다고 했다.

1심은 청구를 기각하며 중노위 손을 들어줬다.

1심은 "별개의 독립된 법인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경영상 하나의 사업장으로 운영됐다"고 판단했다. 회사 조직도에 두 회사 직원이 구분 없이 기재돼 있고, 업무 범위만 다를 뿐 같은 모회사에서 호텔 예약 관련 사업을 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함께 사무실을 사용하며 법인 별로 별도 공간이 구분되지 않았고, B 사 책임자 주도로 업무 지시가 이뤄진 점, A 사 직원이 퇴사 직후 B 사로 옮겨 계속 근무한 사실 등을 참작했다. 인적·물적으로 같은 조직이라는 것이다.

해고 사유로 삼은 '사업 폐지' 주장에 대해서도 "B 사도 같은 사업을 하고 있어 전환 배치 가능성이 있다"면서 폐지가 아닌 사업 축소 또는 업무통합이라고 판시했다. 고용관계를 중단할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사측은 "외국기업인 모회사는 사업 영역과 기업 조직이 독립됐으므로 근로기준법의 해고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은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2심은 "모회사는 지리적으로 분할된 사업장을 둔 독립적 기업"이라면서도 "해고된 직원의 업무는 A 사의 국내 영업뿐 아니라 모회사의 아시아권 영업을 위해서도 제공한 근로"라고 지적했다.

대법은 상고심에서 "이미 사업을 폐지해 해당 직원이 구제명령을 받을 수 없다"는 사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B 사가 사업을 지속하고 있어 구제명령을 이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