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피해자, 국가 손배소 2심도 승소…"정부, 상고 말라"

지난 1월 "45억 배상해야" 1심 판결
피해자들 "사과받고 아픈 기억 잊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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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33부(부장판사 김대웅 황성미 허익수)는 7일 김 모 씨 등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 당시 박정희 정부가 대대적인 부랑아 단속을 시행하면서 내무부 훈령을 바탕으로 운영된 전국 최대 규모 부랑인 수용시설이다.

형제복지원에서는 1987년까지 납치된 일반인들을 불법감금·강제노역·성폭행·암매장 등 반인륜적 범죄 행위가 벌어졌으나 철저히 은폐됐다. 1987년 3월22일 직원들 구타로 원생 1명이 숨지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면서 실체가 처음 드러났다.

김 씨 등 피해자들은 2021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1심은 지난 1월 "국가는 원고들에게 총 45억 35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1975년 발령된 내무부 훈령은 위헌·위법하고, 이 훈령을 적용·집행한 직무행위는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 원고들은 형제복지원에 수용됨으로써 신체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했으므로 국가는 원고들에게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수용 기간 1년당 약 8000만 원을 기준으로 정하고, 개별적으로 후유증이 있는 경우 가산해 위자료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2심 선고 후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정부 측 대리인들이 선고 3일을 남겨놓고 변론재개를 신청하는 비열한 짓을 했다"며 "또 한 번 시간을 끌려다가 재판부에서 거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하루빨리 사과받고, 합당한 배상금을 수령하고 이 아픈 기억을 잊고 싶다"며 "나라에 돈이 없다고 배상금을 깎아야 한다면서 막대한 지연이자를 지불하고 수임료를 지불하면서 상고를 이어간다면 정부 측의 그간 주장이 모두 거짓말이고 시간을 끌기 위한 목적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고를 거두고 형제복지원 피해자를 비롯해 과거사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