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분당선 연장구간 무임승차 손실 90억, 정부가 배상해야"
'정자~광교' 구간 민자사업자, 3년간 무임승차 손실 보상 청구
法 "정부, 여론수렴 등 이유로 협의 미뤄…무임승차 강제해"
- 노선웅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정부가 신분당선 연장 구간(정자~광교) 민자사업자 '경기철도 주식회사'에 노인·장애인 무임승차로 인한 3년간 손실 89억 9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경기철도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실보상금 소송에서 "정부가 89억 9000만 원과 지연 이자를 보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신분당선은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으로 건설됐다. 민자사업자가 전철을 짓고 정부에 소유권을 기부채납한 뒤 30년간 무상으로 전철을 운영해 투자비와 적정 이윤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2016년 1월 신분당선 연장 구간(정자~광교) 개통 당시 국토교통부와 경기철도가 맺은 실시협약에는 "초기 5년간 무임수송제도로 발생하는 손실을 총이용 수요의 5.5% 한도로 보전한다"는 내용의 무임승차 운영 방안이 포함됐다. 6년 차인 2021년 1월 이후부터는 협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경기철도는 만기가 도래할 것에 대비해 2019년 10월 국토부에 조속한 협의를 요청했으나, 국토부는 이를 유보하며 만기까지 1년도 남지 않은 2020년에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경기철도는 대한교통학회에 연구용역을 발주해 "별도 운임 유료화 대안이 기존 무임승차제도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최적의 대안"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만들었고, 이를 국토부에 제출하며 재차 협의를 요청했다.
아울러 경기철도는 실시협약에 따라 소비자물가지수 변동분을 적용한 2022년도 예정 운임에 대한 의견과 함께 2022년 5월쯤부터 무임승차 대상자(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유공자)에 대해선 일반 운임을 적용하는 유료화 방안의 운임 변경을 신고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경기철도가 제출한 예정 운임을 잠정 적용하되, 향후 검토 결과를 반영해 2022년 운임 수준을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무임승차 유료화 방안에 대해선 "노인 및 장애인 부담, 지역 수용가능성 등을 감안해 적용 시기, 방법, 요금 수준에 대한 검토와 협의,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재차 미뤘다.
또 경기철도의 실시협약에 근거한 중재 회부 요청도 다른 구간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거부해 결국 무임승차에 관한 운임조정 협의를 결렬시켰다.
재판부는 국토부가 정당한 이유 없이 사전협약을 불이행하거나 위반했다며 경기철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정부가 무임승차 적용 방안에 관한 협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경기철도의 무임승객 운임 손실 보상액으로 대한교통학회의 '별도 운임' 계산에 기반한 89억 9000여만 원을 전액 인정했다.
이어 "원고에게는 무임승차제도를 운영할 법령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고, 실시협약에 따르더라도 개통 후 5년까지 무임수송제도를 운영할 의무가 있을 뿐"이라며 "피고는 협의 없이 사실상 원고에게 무임 수송을 강제해 운임징수권을 침해했고, 운임 수입 손실에 관한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민자사업자 쪽의 재협의 요청에 대응해 마치 무임승차 제도를 변경할 것처럼 외관을 형성했을 뿐, 매번 여론 수렴과 사회적 영향 등을 이유로 합의를 미뤘다"고 질책했다.
해당 사건은 판결 이후 국토부와 경기철도가 모두 상소해 고등법원에서 재판을 이어가게 됐다.
한편 올해 1월 신분당선 기존구간(강남~정자)의 민간사업자 '신분당선 주식회사'도 국토부를 상대로 낸 같은 내용의 행정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해 339억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해당 사건 역시 쌍방이 상소해 현재 서울고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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