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못하잖아" 직원 해고 통보한 회사…법원 "부당해고"

채용 공고에 '우대사항'으로 기재…운전 미숙해 보이자 계약 종료 통보
"우대사항일 뿐 계약 조건 아냐…합의 의한 계약 해지 인정 안 돼"

서울행정법원. /뉴스1 DB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채용 공고에 우대사항으로 기재한 '운전'을 잘하지 못한다며 근로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A 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사가 직원에게 근로 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2월 A 사는 '무역사무원 모집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직원 채용 공고를 냈다. 우대사항으로는 '운전 가능자'를 명시했다.

이를 본 B 씨는 지원과 면접을 거쳐 근무를 시작했다. 서면 근로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A 사는 B 씨에게 100만 원을 지급하면서 근로계약 종료 의사를 통보했다.

A 사는 B 씨와의 근로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B 씨가 근로계약 조건이었던 운전을 하지 못했고 신원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3개월간의 수습 기간을 종료하고 근로계약을 해지할 것을 제안했고, B 씨 또한 이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두고 모두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 사는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도 달라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채용 공고의 자격 요건을 문제 삼았다. '초대졸 이상, 경력 무관'이라고 적혀있을 뿐 운전 능력이나 신원보증보험증권 제출 여부에 관해 기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채용공고에 '운전 가능자'가 우대사항으로 기재돼 있기는 하나 근로계약의 조건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B 씨는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어 운전 가능자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또 "A 사는 혼자 운전해 지방 출장을 가지 못하는 근로자를 채용했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능력을 이유로 B 씨를 채용하고 운전 능숙도는 부차적으로 고려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운전 숙련도가 요구되는 업무였다면 채용공고에 이를 명시하거나 최소한 채용 이전에 검증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근로계약 해지가 합의에 따라 이뤄졌다는 A 사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 씨는 통보 직후 서울지방노동위에 구제 신청을 했다"며 "B 씨는 이 통보를 해고 의사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며 근로계약 해지에 합의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계약 해지 통보 당시 받았던 100만 원 역시 근무 급여 명목이며 근로계약 합의 해지에 동의한 사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통보 방식도 위법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두로 해고 의사표시를 했을 뿐 해고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