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尹-明 녹취 파문…'공천 개입' 법조계 평가 들어보니
공천 개입이냐 후보자 의견 개진이냐 법조계 의견 엇갈려
"박근혜 때완 달라"…정치자금법 위반? "고의성 입증돼야"
- 정재민 기자, 이밝음 기자
(서울=뉴스1) 정재민 이밝음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와의 통화가 공개되면서 제기된 '공천 개입' 논란에 대해 법조계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에 이어 여론조사 비용 대신 공천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치자금법 위반까지 거론된다. 특히 총선 개입 의혹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가 소환되며 논쟁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법조계는 법적인 쟁점을 크게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우선 통화가 이뤄졌던 당시 '당선인 신분을 공무원으로 볼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또 여론조사 비용에 대가성이 있는지도 쟁점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다수다.
지난달 31일 민주당이 공개한 음성 파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명 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명 씨는 이에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다. 고맙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과 명 씨와의 통화는 2022년 5월 9일 이뤄졌으며 다음 날인 10일 국민의힘은 김 전 의원을 공천했고 윤 대통령도 취임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천 개입 의혹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는 당선인 신분에 대한 해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공무원이라면 공직선거법을 적용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법 적용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9조는 공무원과 기타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가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또 제57조의6 2항에는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해 당내 경선에서 경선 운동을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선인은 대통령만큼의 권한을 가져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대상"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한 부장판사 출신 A 변호사는 "당선인 신분을 엄격히 말하면 공무원이 아니다. 하루 차이지만 형벌에 관한 법률은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선인을 기타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라고 봐야 한다는 주장과 취임 이전의 당선인은 민간인 신분이라는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셈이다.
윤 대통령이 인사 추천을 해도 단순한 의견 개진이라면 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 B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공무원이 되고 나서 관여했는지는 밝혀진 게 없고 단순 추천 등 의견은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결국 결정은 당 공천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에서 하는 것"이라고 봤다.
다만 윤 대통령이 임기 시작 후 공천에 영향력을 미친 정황이 있다면 추후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검사장 출신 C 변호사는 "사후적으로 공천에 관련된 의사 표명이 있었으면 취임 이후에도 공천 개입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며 "현재 수준의 녹취론 판단할 순 없지만 결국 사실관계의 문제"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사건이 과거 20대 총선 개입 의혹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와는 다르다고 보고 있다. 당시 사건을 기소한 사람이 윤 대통령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을 서울 강남, 대구 등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공천되도록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고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A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신분으로 공천을 요구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내용만을 봐서는 아직 알 수 없다. 설사 대통령으로서 했다고 하더라도 내용을 자세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의 구체적인 지시 등 고의성과 대가성이 먼저 입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 씨는 김 전 의원 공천 대가로 윤 대통령을 위해 무료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이를 인지하고 명 씨에게 지시했다면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C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공무원 지위를 이용해 경선에 관여한 반면 이번 의혹은 지위를 이용해서 한 건 없다"고 말했다.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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