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임명 보름째 '무소식'…헌재 석 달째 '개점휴업' 위기

여당 "관례대로 1명씩" vs 야당 "다수당이 2명" 견해차 팽팽
이론상 '6인 선고' 가능하지만 제한적…11월 선고도 '회의적'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2024.9.2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이종석 전 헌법재판소장 등의 퇴임으로 헌법재판관 '6인 체제'가 시작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국회의 후임 재판관 지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헌재가 이른바 '10월 마비' 사태를 막기 위해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는 헌법재판소법 효력을 정지했지만 11월 선고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9월부터 이달까지 2개월째, 통상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마다 진행되는 선고를 하지 못했다.

9월 이은애 전 재판관 퇴임 후 김복형 재판관이 임명되고 뒤이어 지난달 17일 이 전 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까지 3명이 퇴임하는 등 헌재 구성에 계속해서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관 3인의 퇴임에 앞선 지난달 15일 헌재는 재판관 7명 이상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도록 정한 헌법재판소법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이에 따라 6명의 재판관만으로도 사건 심리가 가능해졌고 신임 재판관 임명까지의 시간을 가까스로 벌 수 있었다.

그러나 국회 몫 재판관 3명을 어떻게 추천할지를 두고 여야 간 '동상이몽'이 길어지면서 보름가량 이견 조율에 진척이 없다.

이와 관련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및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계속 이야기 중"이라면서도 "아직 매듭이 지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관례대로 여야가 1명씩을 추천하고 여야 합의로 1명을 추천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994년 다수당이 2명을 추천한 전례가 있다며 야당이 2명을 추천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야당은 이달 중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에 착수해 인사청문회까지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신임 재판관들이 임명 직후 곧장 선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장 이날부터 여야가 지명 방식에 합의를 이루더라도 본회의 표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미지수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5명이 퇴임했던 2018년의 경우 8월 29일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을 시작으로 국회의 헌법재판관 추천과 인사청문회 진행, 본회의 표결 마무리까지 '공백 메우기'에 약 2개월이 소요됐다.

국회 몫 3인으로 범위를 좁혀 보더라도 1개월가량이 걸린 만큼 이번에도 당시와 같은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6인 체제에서 선고하는 것도 이론상으론 가능하다. 탄핵이나 위헌 결정, 헌법소원 인용 결정을 하려면 6명 재판관 전원이 찬성해야 한다. 의견이 갈릴 경우 후임 재판관이 채워질 때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기 때문에 11월 선고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지난달 29일 제14회 한국법률가대회 축사 말미에서 "국민의 헌법재판 받을 권리가 충실히 보장될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의 구성이 조속히 완성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앞서 문 권한대행은 지난달 8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사건 2회 변론준비절차 기일에 청구인(국회)과 피청구인(이 위원장) 측에 '국회 마비'에 대응할 방안을 묻기도 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