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총련 간첩조작' 故한삼택, 재심 2심도 무죄…유족 "檢, 사과 대신 2차 가해"
국보법 위반으로 징역형 집유→재심 무죄나오자 검찰 항소
유족 "검찰, 상고말고 사과해야…상고심의위 개최 진정서 제출"
-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된 고(故) 한삼택 씨가 재심 사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부장판사 이훈재 양지정 엄철)는 31일 국가보안법위반 등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한 씨에게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되려면 한 씨가 연락을 주고받은 김 모 씨 등이 조총련 구성원이라는 점을 한 씨가 알고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어야 하고, 피고인의 각 행위가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국가의 존립과 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구체적 위험이 있는 경우인지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어 쓸 수 없거나 그 자체로 김 씨 등이 반국가단체 구성원이라는 점을 한 씨가 미필적으로나마 알았다는 점, 한 씨의 행위로 국가 존립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되고, 검사의 주장같이 사실오인, 법리 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선고가 끝나자 한 씨의 딸 한혜정 씨(67)는 방청석에서 눈물을 보였다.
제주의 한 중학교에서 서무주임으로 근무하던 한 씨는 1967년 조총련 관계자와 서신을 주고받고 교장관사 신축 비용으로 조총련 소속 재일동포로부터 63만원을 받은 혐의(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에서 구속수사를 받던 한 씨는 1971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석방된 후 1989년 사망했다.
아들 한경훈 씨(63)는 2022년 9월 부친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심을 결정했다.
지난해 2월 진실화해위는 한 씨에 대해 불법감금과 전기고문으로 허위 자백이 강요됐다며 재심을 권고한 바 있다. 올해 초 법원은 한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은 항소했다.
선고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혜정 씨는 "55년 한 맺힌 응어리가 풀린 것 같다"며 "검사가 1심 무죄에 항소했지만, 상고는 하지 않고 포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경훈 씨는 "검찰은 더 이상 붙들고 괴롭힐 것이 아니라 진실화해위 말대로 사죄를 해야 한다"며 "상고하지 말고, 국가를 대신해서 사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심 사건 변론을 맡은 최정규 변호사는 "가족분들이 재심 개시를 좋아하시다가 검찰의 즉시항고로 힘이 빠지고, 즉시항고가 기각됐다고 좋아하셨는데 또 재항고하고, 1심 무죄를 선고받고 기뻐하셨는데 검찰이 항소를 하다보니 많이 지쳤다"며 "검찰이 과거사 사건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무분별한 항소·상고를 하지 않겠다고 하고 이를 어긴 것은 검사의 2차 가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형사상고심의위원회 운영 지침에 따르면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경우 의무적으로 상고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한다"며 "적어도 상고는 마음대로 결정하지 말고 상고심의위를 열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오늘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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