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탑승 시위' 전장연, 강제연행 국가 상대 손배소 승소(종합)
지난해 버스운행 방해 혐의로 연행…"필요성 없이 체포" 소송
"체포 필요한 상황 아냐…30시간 구금도 위법" 국가책임 인정
- 노선웅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서울 시내버스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경찰의 체포와 구금이 위법하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손광진 판사는 30일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활동지원사 박 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인 국가가 박 대표와 박 씨에게 각각 700만 원, 300만 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체포 및 입건된 이후 업무방해와 도로교통법위반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검찰에 송치됐다"며 "핵심으로 다투어진 일반교통방해 혐의에 대해 박 대표에 관해서는 처분 결과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고, 박 씨는 불송치 결정됐다. 이후 기소 및 형사재판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체포의 이유가 된 범죄를 저질렀다고 확정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이미 경찰에 계류 중인 사건들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언론을 통해 이름 등이 알려진 사람으로 신원이 파악돼 있던 점, 박 씨도 교육 이수증을 받고 활동하는 활동지원사로 신원 파악에 어려움이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당시 영상이 녹화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다수 사람들이 현장을 목격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체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이 제공한 호송 차량에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휠체어 리프트 등 승강설비, 고정설비, 손잡이 등이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 해당 법에서 말하는 특별교통수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고들은 경찰서에 약 30시간 구금돼 있었는데 현행범 체포 자체가 위법한 이상 구금 시간의 길이와 관계없이 원고들의 신체를 구금한 것은 신체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제12조 1항을 위반한 것이므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박 대표는 지난해 7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버스를 가로막아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박 대표를 보조하던 활동지원사 박 씨도 함께 체포됐다.
이후 박 대표는 경찰이 필요성 없이 자신을 체포했고, 조사 후에도 장시간 이유없이 구금했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서로 이송되는 과정에서도 휠체어, 안전띠 등이 마련된 장애인 수송 차량으로 호송해달라는 요구를 경찰이 무시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31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박 대표는 이날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소송 과정에서 경찰들은 저에게 합법적인 장애인 수송 차량이라고 얘기했지만, 저는 아니라고 얘기하고 장애인 호송 차량으로 이동시켜달라고 했음에도 그 모든 과정을 다 무시했다"며 "그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이 판단에 대해 (경찰이) 제대로 반성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표는 전장연 회원 20여명과 버스 운영을 방해하고 미신고 집회를 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받았다. 박 대표는 항소했지만 기각돼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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