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탑승 시위' 전장연, 강제연행 국가 상대 손배소 승소(종합)

지난해 버스운행 방해 혐의로 연행…"필요성 없이 체포" 소송
"체포 필요한 상황 아냐…30시간 구금도 위법" 국가책임 인정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사장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버스전용차로에서 운행 중인 시내버스를 점거한 후 차별없는 장애인 이동권 완전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2021.4.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서울 시내버스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경찰의 체포와 구금이 위법하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손광진 판사는 30일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활동지원사 박 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인 국가가 박 대표와 박 씨에게 각각 700만 원, 300만 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체포 및 입건된 이후 업무방해와 도로교통법위반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검찰에 송치됐다"며 "핵심으로 다투어진 일반교통방해 혐의에 대해 박 대표에 관해서는 처분 결과가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고, 박 씨는 불송치 결정됐다. 이후 기소 및 형사재판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체포의 이유가 된 범죄를 저질렀다고 확정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이미 경찰에 계류 중인 사건들이 있는 것으로 보이고 언론을 통해 이름 등이 알려진 사람으로 신원이 파악돼 있던 점, 박 씨도 교육 이수증을 받고 활동하는 활동지원사로 신원 파악에 어려움이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당시 영상이 녹화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다수 사람들이 현장을 목격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체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이 제공한 호송 차량에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휠체어 리프트 등 승강설비, 고정설비, 손잡이 등이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 해당 법에서 말하는 특별교통수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고들은 경찰서에 약 30시간 구금돼 있었는데 현행범 체포 자체가 위법한 이상 구금 시간의 길이와 관계없이 원고들의 신체를 구금한 것은 신체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제12조 1항을 위반한 것이므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앞서 박 대표는 지난해 7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버스를 가로막아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박 대표를 보조하던 활동지원사 박 씨도 함께 체포됐다.

이후 박 대표는 경찰이 필요성 없이 자신을 체포했고, 조사 후에도 장시간 이유없이 구금했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서로 이송되는 과정에서도 휠체어, 안전띠 등이 마련된 장애인 수송 차량으로 호송해달라는 요구를 경찰이 무시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31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박 대표는 이날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소송 과정에서 경찰들은 저에게 합법적인 장애인 수송 차량이라고 얘기했지만, 저는 아니라고 얘기하고 장애인 호송 차량으로 이동시켜달라고 했음에도 그 모든 과정을 다 무시했다"며 "그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이 판단에 대해 (경찰이) 제대로 반성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대표는 전장연 회원 20여명과 버스 운영을 방해하고 미신고 집회를 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을 선고받았다. 박 대표는 항소했지만 기각돼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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