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일본 전범기업 국내자산 매각명령 하루빨리 선고해야"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가족과 시민단체가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 명령 선고를 서두를 것을 대법원에 촉구하고 나섰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 피고 기업은 지금이라도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하루빨리 판결 이행에 나서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30일 이춘식 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소송이 제기된 지 13년 8개월만이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나, 확정 판결 당시 96세였던 이춘식 씨는 현재 104세의 고령으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제철이 보유한 피엔알(PNR) 주식 등 신일철주금의 국내 자산에 대한 특별현금화명령 상고심 사건은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강제징용 피해자 대리를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피해자 중 세 분, 정확히는 세 분의 자녀들은 한국 정부의 제3자 변제를 수용한 상황"이라며 "세 분에 대한 채권은 소멸하고 생존한 이춘식 씨 1명에 대한 채권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일본 기업이 판결을 이행하는 것이 원칙적이겠으나 이행하지 않아 국내 자산을 매각하는 절차가 진행됐는데, 통상 1년이 안 돼 완료되는 것이 보통"이라며 "민사 강제집행이 이렇게 길게, 6년 가까이 지연되는 것은 유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 최고의 법무법인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할 수 있는 모든 불복 절차를 다 했고, 일본 기업에 대한 송달 절차도 일본 외무성이 강제동원 사건만 콕 집어서 모든 송달을 방해했다"며 "한국 사법부, 특히 대법원은 2023년 1월 매각명령 사건에 대한 판단이 시작됐는데도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판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법원이 정치적 고려 속에서 최대한의 시간을 끌고 고령인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판단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라며 "(대법원) 결정으로 여러 외교적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행정부와 입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법원은 법대로 판단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춘식 씨 아들 이창환 씨는 "현재 아버님은 거의 섬망증이 오셨고, 힘이 있는 동안에는 병상에서 오늘 갈 지 내일 갈 지 모르는 순간에도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계시다고 한다"며 "아버님이 바라시는 것은 일본 정부의 진솔한 사과와 반성이다. 그래야만 용서와 화해도 있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