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해병 수사' 공수처 검사 벼랑 끝 연임…법 개정 없으면 또 반복

공수처 검사 4명, 임기 만료 이틀 전 연임…신분 불안정 도마
검찰청 검사, 임기·연임 규정 없어…21대 국회서도 무더기 폐기

경기 과천 공수처./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 4명이 임기 만료를 이틀 앞두고 연임됐지만 검사들의 신분 불안정성을 유발하는 현행법으로 유사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검찰청법은 검사 임기를 정년까지 보장하지만, 공수처법은 검사 임기를 3년으로 규정하고 대통령에 연임 결정권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대환 수사4부 부장검사, 차정현 수사기획관(부장검사), 송영선·최문정 수사3부 검사 등에 대한 연임안을 지난 25일 재가했다. 공수처 인사위원회가 대통령실에 연임을 추천한 지 두 달여 만이자 이들의 임기 이틀 전에 이뤄진 재가다.

공수처 검사 연임은 지난 4월 이종수 전 검사 이후 두 번째다. 당시 이 전 검사는 임기 만료를 11일 앞두고 연임이 결정됐는데 이번에는 이틀 전 재가가 이뤄졌다. 이들은 오는 27일까지 연임되지 않으면 공수처를 떠나야 했다.

다만 원년 멤버였던 이 전 검사가 지난 7월 사직하면서 연임 후에도 공수처에 근무하는 검사들은 이 부장검사 등 4명에 그쳐 인력난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장검사와 차 기획관은 공수처 수사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공수처 직제상 부장급은 수사기획관과 수사 1~4부장 등 5명이다. 이중 1부장은 공석, 3부장은 사의 표명으로 3명만 남은 상황이다.

특히 두 사람은 1년 넘게 진행 중인 해병대원 순직 관련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을 맡고 있고 수사4부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공천 개입·여론조사 의혹을 수사 중이다. 모두 대통령실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공수처 명운을 좌우할 사건이다.

그러나 공수처 검사의 불안정한 신분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면서 수사팀을 떠나는 검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수사관으로 공수처에 입직해 검사로 임명된 수사4부 소속 윤상혁 검사가 사직했고 박석일 수사3부장도 공수처 합류 1년여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수사 1부는 소속 검사가 없어 운영되지 않고 있다.

현 공수처법은 3년 임기의 검사는 최대 세 차례 연임할 수 있다. 공수처 인사 규칙은 임기 만료 3개월 전 연임 희망원을 제출하고 인사위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임명으로 연임한다고 규정한다. 최장 12년의 임기를 위해 번번이 연임 심사를 거쳐야 한다.

반면 검찰청법은 검찰청 검사에 대한 임기와 연임 규정을 두지 않고 63세까지 정년을 보장한다. 임명 후 7년마다 적격심사만 받게 했다.

이에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임기제 폐지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7월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은 검사 임기를 7년으로 늘리도록 하는 데 그쳤다. 공수처는 이에 "임기 연장보다 임기제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검사와 수사관 증원 및 임기제 폐지를 다룬 법안이 발의됐으나 1차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폐지됐다.

한 법조인은 "신분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고위공직자를 상대로 수사하는 부담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며 "임기제가 유지되는 한 검사 엑소더스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