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정황" vs "허위사실"…李-檢, '위례사업 녹취' 공방(종합)

25일 법정서 위례 입주민들과 항의 면담 녹취 재생
檢 "대장동 일당과 내부거래 인지"…李 "정치적 선전" 반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10.2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서한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과 검찰이 대장동 의혹 재판에서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권 관련 녹취를 두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해당 녹취가 "이 대표가 대장동 일당과 공모한 정황"이라고 주장했고, 이 대표 측은 "허위 사실이자 정치적 선전"이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열린 이재명 대표 특정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 재판에서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6년 10월 성남시청 시장실에서 위례 호반베르디움 입주민들과의 항의 면담에서 대화한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을 재생했다.

해당 녹취에는 이 대표가 호반건설의 부실 조경 문제와 관련해 항의하는 입주민들의 민원에 대해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화 내용 중에는 이 대표가 항의하는 입주민들에게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권이 호반건설에 넘어간 경위 등을 설명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검찰은 해당 녹취에 근거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남욱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호반건설 간 사업권을 둘러싼 내부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증언대로 이 대표가 유 전 본부장의 사전 보고를 받은 뒤 이같은 내부거래를 승인했고, 그 결과 건설사를 배제한 사업 공모지침서 내용과 달리 호반건설이 시공·시행 사업권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성남시를 대신해 사업을 추진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500억 원대 예상 사업 이익은 200억 원으로 크게 줄어든 반면, 호반건설은 평균보다 3배 가까운 이익을 취하게 돼 시와 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검찰이 허위 사실을 주장하며 정치적 선전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 측은 "검사 측에서 한 주장은 완전히 정치적인 선전에 불과하다"며 "그동안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은 모두 다 탄핵됐다고 생각한다. 유일하게 남은 검찰의 물적증거라고 생각하고 비중을 높여서 얘기하는 것 같은데 이 녹취는 사건이 발생한 지 몇 년 후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해당 녹음은 오히려 이 대표가 2016년 당시까지 위례 사업 진행 과정에 대해 보고받은 내용 외에는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한 자료"라며 "검찰 측에선 모든 증거가 탄핵된 상황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모든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은데 부적절할 뿐 아니라 이 법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단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했다.

이 대표도 "(호반건설이 사업권을 얻었다는 것을) 사후적으로 알았다"며 "내용도 보시면 제가 지분을 착각하고 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입주민들의 얘기를 들어서 내용을 정리해 가며 집단 면담하는 장면"이라며 "검사님께서는 지금 녹음에 대한 의견만 내면 되는데 사건 전체에 대해 마치 제가 어떤 것을 한 것처럼 주장하시고 객관적 사실과 어긋나는 허위 사실을 얘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검찰은 "공모지침서도 위반했고 더 비싸게 팔았는데 돈은 덜 남겼다. 시장실에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런 사건도 있었는데 그냥 넘어간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유동규의 증언처럼 사전에 보고했고 다 용인됐기 때문에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권이 호반건설에) 넘어간 것이고, 그런데도 피고인은 유동규를 경기도 관광공사 사장에 앉혔다"며 공모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양측은 재판 시작부터 팽팽하게 맞붙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녹취파일을 재생하기로 한 사실과 일부 내용이 이날 오전 언론 보도로 나왔다며 "검찰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이 녹음 파일 청취는 녹음자가 누구인지, 입수를 어찌했는지, 호반건설 수사가 있었는데도 이를 은폐한 것인지 밝히는 것이 목적인데도 왜곡된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라며 "이는 공판 절차를 형해화하는 것으로 주의를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실관계가 전혀 확인되지 않았는데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다"며 "심히 유감"이라고 맞섰다.

검찰은 "지난 기일 재판 내용만 보더라도 오늘 녹취파일 청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며 "마치 별도로 기자들에게 알린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관계에 맞지 않으며 부적절하다"고 반격했다.

실제 지난 22일 열린 재판에서 해당 녹음파일이 증거로 채택되자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이를 다 같이 들어보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날 녹음파일을 청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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