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우려 없는데도 수갑 채워 호송"…전광훈, 국가 상대 손배소 2심도 승소

영장심사 자진출석했는데 수갑 채워 호송…"신체 자유 침해"
1·2심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위반, 위법"…호송 규칙 개정

전광훈 목사. /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전광훈 목사가 경찰의 수갑 사용에 문제를 제기하며 낸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도 승소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1부(부장판사 정인재 이의진 김양훈)는 전 목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국가는 전 목사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전 목사가 청구한 300만 원을 모두 인용했다.

앞서 검찰은 대통령 하야 요구 집회를 개최한 전 목사가 참가자들에게 물리적 충돌을 지시했다는 혐의(특수 공무집행 방해죄 등)와 관련해 2019년 12월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듬해 1월 2일 전 목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이후 전 목사는 종로경찰서로 호송돼 유치장에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기다렸다. 이날 늦은 오후 법원은 전 목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전 목사는 경찰서로 호송될 당시 경찰의 수갑 사용을 문제 삼았다. 심문에 자진 출석하는 등 도주 우려가 없었는데도 수갑을 채운 모습을 취재진에게 보이면서 신체의 자유,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정부 측은 소송 과정에서 당시 전 목사의 지지자·반대자들이 법원·경찰서 부근에 모여있어 무력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지자들이 도주를 도와 충돌이 발생할 수 있었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모두 전 목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수갑을 채울 당시 전 목사에게 도주 우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지자들이 도주를 도와 무력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은 극히 낮았으며, 오히려 수갑을 채워 언론·군중 앞에 보일 경우 지지자들을 자극해 무력 충돌의 원인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도주 우려가 없는 경우에도 반드시 수갑을 채우도록 한 '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도 헌법을 위반한다고 봤다. 따라서 이를 근거로 한 수갑 사용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헌법상 신체의 자유, 적법절차 보장에 따라 피호송자를 호송할 때는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필요 최소 한도로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해당 규정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피호송자의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해당 규정은 이 사건 이후 국가인권위원회 권고에 따라 개정됐다. 바뀐 규정에서는 호송 주무관 허가를 받아 필요한 한도에서 호송대상자에 대해 수갑 등을 사용할 수 있고,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에 임의 출석한 경우 원칙적으로 수갑·포승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