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인 피의자 가족만 압수수색에 참여…대법 "절차 위반"

정신병적 증세로 13회 걸쳐 입원치료…'경도 정신지체' 진단
"압색 절차 의미 이해 못해…수사기관도 이미 알고 있었어"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정신질환이 있는 피의자 가족만을 압수수색 절차에 참여시키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A 씨는 대마 약 0.62g을 보관하고 있던 혐의를 받았다. 이에 앞서 같은 해 3월 수사기관은 A 씨의 딸 B 씨의 필로폰 투약 혐의를 파악했고, 5월 법원은 이와 관련해 B 씨에 대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수사기관은 2019년 5월 사우나에서 소란을 피우며 재물을 손괴하는 등 다른 혐의로 B 씨를 현행범 체포한 뒤 A씨 주거지인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수사기관은 현장에 B 씨만 있는 상태에서 안방 금고에 있던 대마 등을 발견해 압수했다.

1심과 2심은 대마 보관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A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들은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어렵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형사소송법은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할 때 거주자나 이에 준하는 사람을 참여하게 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때는 이웃 등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주거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 보호의 필요성이 특히 요구되는 장소에 관해 밀접한 이해관계를 갖는 사람을 참여시켜 영장집행절차의 적정성을 담보함으로써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강제처분을 받는 당사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 씨가 압수수색 절차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참여능력'이 없거나 부족했다고 봤다.

B 씨는 2016년 1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정신병적 증세로 인해 모두 13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고, 이후 '경도 정신지체, 상세불명의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았다.

2017년 서울가정법원은 B 씨에 대해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됐다'는 이유로 성년후견 개시 결정을 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도 압수수색 전부터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수사기관이 2019년 3월 B 씨가 입원했던 병원으로부터 정신과 담당의의 진료기록과 검사결과기록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또 B 씨가 현행범 체포됐을 당시 경찰 피의자 신문조서에는 '조서 열람 과정에서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는지 의심돼 재차 조서 내용의 요지를 설명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으로서도 B 의 정신과 치료 내역이나 현행범 체포 당시의 사정 등을 파악하고 있었던 만큼, B 가 참여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며 "그럼에도 압수수색 당시 B 만을 참여시켰고 이웃 등을 참여시키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