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계좌 주가조작 활용됐지만"…검찰 '불기소' 결정적 이유는
김 여사 계좌 분석한 검찰 "통정매매 의심…단정 어렵고 증거 없어"
주범들 "권오수 활용 계좌주" 인식…주가조작 방조 혐의 적용 불가
- 황두현 기자, 이밝음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이밝음 기자 =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배경은 주가조작 주범들과 연결고리가 없고, 시세조종 사실을 인지했다고 볼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김 여사 명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된 사실은 검찰 수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특히 일부는 김 여사가 직접 거래한 사실도 밝혀졌다. 하지만 사건 관계인들이 일관되게 "김 여사는 몰랐을 것"이라고 진술한 점, 주범들과 소통 정황이 없어 주가조작 사실을 모르고 매매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2020년 4월 수사에 착수한 지 4년 6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김 여사 계좌 분석과 사건 관계인 진술뿐만 아니라 '전주' 손 모 씨에 적용된 방조 혐의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최재훈 부장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피의자(김 여사)가 주범들과 공모했거나 그들의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 계좌관리를 위탁하거나 주식매매 주문을 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려워 기소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2010년 1월~2011년 3월 6개 증권계좌(신한·DB·대신·미래에셋·DS·한화투자)에 대해 주가조작 선수이자 주포인 이 모 씨에게 계좌를 위탁하거나 권 전 회장의 요청에 따라 매매하며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각 계좌의 시세조종 해당 여부, 계좌 관리 형태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검찰은 우선 4개 계좌(신한·DB·미래·DS)는 김 여사가 주식 전문가나 증권사 직원에게 계좌관리를 위탁한 '일임 계좌'로 판단했다.
검찰은 권 전 회장과 계좌관리인들이 김 여사에게 주가관리 사실을 언급한 적이 없어 "시세조종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좌를 일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 중 2개(신한·DB)는 공소시효 10년이 지나 앞서 법원에서 면소 판결이 난 바 있다.
또 직접 운용한 계좌(한화)도 김 여사와 주범들 간 연락 정황이 없고 한국거래소 분석 결과 이상거래 징후가 나타나지 않아 무혐의 판단했다. 실제 법원에서도 해당 계좌를 통한 거래는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특히 김 여사가 직접 관리한 대신증권 계좌에 주목했다. 이 계좌는 2010년 10월 28일과 11월 1일 통정매매(사전에 거래 가격·시간을 정해놓은 거래)가 이뤄졌다.
김 여사는 10월 28일 증권사 직원이 "누가 가져가네요"라고 하자 "아, 체결됐죠"라고 답했다. 11월 1일에는 주당 3300원에 8만주 매도 주문을 냈다. 주문 직전 주포 김 모 씨는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는 문자를 주가조작 선수 민 모 씨에게 보냈다. 그러자 민 씨는 "준비시킬게요"라고 답했고 김 씨는 다시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회신을 보냈다. 김 여사의 주문은 마지막 회신 7초 후 이뤄졌다.
검찰은 2건의 주문을 두고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으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연락을 받고 주문을 제출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권 전 회장이 회사 투자자 중 한 명인 김 여사에게 주가조작 사실을 알리지 않고 단순히 추천·권유 형식으로 매도 요청을 했을 가능성, 김 씨와 민 씨가 김 여사 계좌의 거래 경위를 모른다고 진술한 점을 참작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결국 권 전 회장이 무슨 말 하면서 이 주문이 나오게 한 걸까(고민했다)"면서도 "그런 증거는 없고 시세조종 사범들은 '김 여사는 권 전 회장을 신뢰해서 팔라고 하면 팔았을 거다'라는 진술까지 있는 상황이라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검찰 판단은 김 여사가 권 전 회장과 주포 이 모 씨 외에 다른 주가조작 주범들과 직접 연락한 증거나 정황이 없고, 이들 역시 김 여사를 '권오수에 활용된 계좌주'로 인식한 점도 고려됐다. 이는 검찰 수사가 진행된 2020~2021년 주포 이 씨와 김 씨 간 대화에서도 드러난다.
"걔(김건희)는 그거지, 왜냐면 아는 게 없지. 지 사업만 아는 거고.", 그니까 권오수는 그때 당시 건희 엄마가 필요하니까, 건희한테 잘해주는 척하면서, 돈 먹여줄 것처럼 뭐 이래 가지고 한 거지"(김 씨, 2020년 2월)"김건희를 어떻게, 뭐 뭐냐고, 그냥 one of them이지 맞잖아"(이 씨, 2021년 4월)
또 2020년 9월에는 김 씨가 "걔(김건희)? 뭐 먹은 것도 없을걸, 괜히 뭐하고 뭐하고 그냥 권오수가 사라고 그래갖고, 샀다가 뭐 하고 팔았지"라고 말하자 이 씨기 "아이 김건희만 괜히 피해자고"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라 검찰 조사에서 투자자문사 블랙펄 대표 이 모 씨가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자신 또는 주포 김 씨 등이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적 없다"고 했다. 블랙펄 직원 민 씨 역시 "도이치 주식 매매 관련 김 여사가 관여해 무엇을 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계좌를 관리한 증권사 직원들도 김 여사가 주식 관련 지식과 전문성이 없어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기 어렵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시세조종 사범을 수사한 것"이라며 "주식거래를 많이 하면 주식 관련 일반적 지식이 늘어날 수 있지만 주가조작에 가담할 정도의 인식이라면 그거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 직원들이 보기에 그런 사람(일반투자자)은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지난 9월 항소심 법원이 '전주' 손 모 씨의 시세조종 방조 혐의에 유죄를 선고하면서 김 여사도 주범이 아닌 방조범으로 기소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손 씨는 단순 전주가 아닌 전문투자자로서 주포 요청에 따라 직접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통해 462회 시세조종 주문을 냈고 앞서 다른 주식 수급세력에 동원된 전력이 있어 김 여사와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실제 주포 김 씨는 2012년 7월 손 씨에게 "종가에 조금만 쏴주세요", "형님이 도이치 쫌만 잡아주세요"라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고 손 씨는 "내가 도이치 상(상한가)찍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반면 김 여사는 이처럼 주범들과 공모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손 씨는 (주가조작) 선수 겸 전주로 김 여사와는 결이 다른 캐릭터"라며 "소통한 문자메시지 등 직접 진술과 증거가 있고, 자신도 시세조종을 알았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설사 김 여사에 방조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공소시효 10년이 지났을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2011년 3월 30일(한화투자) 김 여사의 마지막 시세 조종성 주문에 방조 혐의를 적용해도 2021년 3월 29일이면 공소시효가 끝난다.
이 관계자는 "저희는 공소권 없음은 아니고 혐의없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면서도 "기소 못하는 이유 중에 이런 점도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또 관련 조사를 토대로 권 전 회장이 주변인들과 시세조종 등 민감한 대화를 나누지 않는 성향도 고려했다. 공범들과도 범행 사실을 말하지 않은 권 전 회장이 회사 투자자인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을 알리고 범행 참가를 권유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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