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계좌 주가조작 활용됐지만"…검찰 '불기소' 결정적 이유는

김 여사 계좌 분석한 검찰 "통정매매 의심…단정 어렵고 증거 없어"
주범들 "권오수 활용 계좌주" 인식…주가조작 방조 혐의 적용 불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윤 대통령과 함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오르고 있다. 2024.6.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이밝음 기자 =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배경은 주가조작 주범들과 연결고리가 없고, 시세조종 사실을 인지했다고 볼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김 여사 명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된 사실은 검찰 수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특히 일부는 김 여사가 직접 거래한 사실도 밝혀졌다. 하지만 사건 관계인들이 일관되게 "김 여사는 몰랐을 것"이라고 진술한 점, 주범들과 소통 정황이 없어 주가조작 사실을 모르고 매매했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2020년 4월 수사에 착수한 지 4년 6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김 여사 계좌 분석과 사건 관계인 진술뿐만 아니라 '전주' 손 모 씨에 적용된 방조 혐의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최재훈 부장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피의자(김 여사)가 주범들과 공모했거나 그들의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서 계좌관리를 위탁하거나 주식매매 주문을 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려워 기소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여사 명의 6개 주식 계좌 분석…"의심되지만 입증 불가"

김 여사는 2010년 1월~2011년 3월 6개 증권계좌(신한·DB·대신·미래에셋·DS·한화투자)에 대해 주가조작 선수이자 주포인 이 모 씨에게 계좌를 위탁하거나 권 전 회장의 요청에 따라 매매하며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를 받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각 계좌의 시세조종 해당 여부, 계좌 관리 형태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검찰은 우선 4개 계좌(신한·DB·미래·DS)는 김 여사가 주식 전문가나 증권사 직원에게 계좌관리를 위탁한 '일임 계좌'로 판단했다.

검찰은 권 전 회장과 계좌관리인들이 김 여사에게 주가관리 사실을 언급한 적이 없어 "시세조종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좌를 일임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 중 2개(신한·DB)는 공소시효 10년이 지나 앞서 법원에서 면소 판결이 난 바 있다.

또 직접 운용한 계좌(한화)도 김 여사와 주범들 간 연락 정황이 없고 한국거래소 분석 결과 이상거래 징후가 나타나지 않아 무혐의 판단했다. 실제 법원에서도 해당 계좌를 통한 거래는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특히 김 여사가 직접 관리한 대신증권 계좌에 주목했다. 이 계좌는 2010년 10월 28일과 11월 1일 통정매매(사전에 거래 가격·시간을 정해놓은 거래)가 이뤄졌다.

김 여사는 10월 28일 증권사 직원이 "누가 가져가네요"라고 하자 "아, 체결됐죠"라고 답했다. 11월 1일에는 주당 3300원에 8만주 매도 주문을 냈다. 주문 직전 주포 김 모 씨는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주셈"이라는 문자를 주가조작 선수 민 모 씨에게 보냈다. 그러자 민 씨는 "준비시킬게요"라고 답했고 김 씨는 다시 "매도하라 하셈"이라는 회신을 보냈다. 김 여사의 주문은 마지막 회신 7초 후 이뤄졌다.

검찰은 2건의 주문을 두고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으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연락을 받고 주문을 제출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권 전 회장이 회사 투자자 중 한 명인 김 여사에게 주가조작 사실을 알리지 않고 단순히 추천·권유 형식으로 매도 요청을 했을 가능성, 김 씨와 민 씨가 김 여사 계좌의 거래 경위를 모른다고 진술한 점을 참작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결국 권 전 회장이 무슨 말 하면서 이 주문이 나오게 한 걸까(고민했다)"면서도 "그런 증거는 없고 시세조종 사범들은 '김 여사는 권 전 회장을 신뢰해서 팔라고 하면 팔았을 거다'라는 진술까지 있는 상황이라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종 가담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10.1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주가조작 사범 "권오수가 사라고 해서 샀을 것" "원 오브 뎀"

이런 검찰 판단은 김 여사가 권 전 회장과 주포 이 모 씨 외에 다른 주가조작 주범들과 직접 연락한 증거나 정황이 없고, 이들 역시 김 여사를 '권오수에 활용된 계좌주'로 인식한 점도 고려됐다. 이는 검찰 수사가 진행된 2020~2021년 주포 이 씨와 김 씨 간 대화에서도 드러난다.

"걔(김건희)는 그거지, 왜냐면 아는 게 없지. 지 사업만 아는 거고.", 그니까 권오수는 그때 당시 건희 엄마가 필요하니까, 건희한테 잘해주는 척하면서, 돈 먹여줄 것처럼 뭐 이래 가지고 한 거지"(김 씨, 2020년 2월)"김건희를 어떻게, 뭐 뭐냐고, 그냥 one of them이지 맞잖아"(이 씨, 2021년 4월)

또 2020년 9월에는 김 씨가 "걔(김건희)? 뭐 먹은 것도 없을걸, 괜히 뭐하고 뭐하고 그냥 권오수가 사라고 그래갖고, 샀다가 뭐 하고 팔았지"라고 말하자 이 씨기 "아이 김건희만 괜히 피해자고"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라 검찰 조사에서 투자자문사 블랙펄 대표 이 모 씨가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자신 또는 주포 김 씨 등이 주가를 관리하고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적 없다"고 했다. 블랙펄 직원 민 씨 역시 "도이치 주식 매매 관련 김 여사가 관여해 무엇을 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계좌를 관리한 증권사 직원들도 김 여사가 주식 관련 지식과 전문성이 없어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 또는 예견하기 어렵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시세조종 사범을 수사한 것"이라며 "주식거래를 많이 하면 주식 관련 일반적 지식이 늘어날 수 있지만 주가조작에 가담할 정도의 인식이라면 그거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 직원들이 보기에 그런 사람(일반투자자)은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란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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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방조 혐의도 적용 어렵다"…공소시효 도과 가능성 고려

일각에서는 지난 9월 항소심 법원이 '전주' 손 모 씨의 시세조종 방조 혐의에 유죄를 선고하면서 김 여사도 주범이 아닌 방조범으로 기소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손 씨는 단순 전주가 아닌 전문투자자로서 주포 요청에 따라 직접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통해 462회 시세조종 주문을 냈고 앞서 다른 주식 수급세력에 동원된 전력이 있어 김 여사와는 다르다고 판단했다.

실제 주포 김 씨는 2012년 7월 손 씨에게 "종가에 조금만 쏴주세요", "형님이 도이치 쫌만 잡아주세요"라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고 손 씨는 "내가 도이치 상(상한가)찍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반면 김 여사는 이처럼 주범들과 공모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손 씨는 (주가조작) 선수 겸 전주로 김 여사와는 결이 다른 캐릭터"라며 "소통한 문자메시지 등 직접 진술과 증거가 있고, 자신도 시세조종을 알았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설사 김 여사에 방조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공소시효 10년이 지났을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2011년 3월 30일(한화투자) 김 여사의 마지막 시세 조종성 주문에 방조 혐의를 적용해도 2021년 3월 29일이면 공소시효가 끝난다.

이 관계자는 "저희는 공소권 없음은 아니고 혐의없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면서도 "기소 못하는 이유 중에 이런 점도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또 관련 조사를 토대로 권 전 회장이 주변인들과 시세조종 등 민감한 대화를 나누지 않는 성향도 고려했다. 공범들과도 범행 사실을 말하지 않은 권 전 회장이 회사 투자자인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을 알리고 범행 참가를 권유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가담 의혹과 관련 불기소 처분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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