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 밭 갈기 작업 중 발생한 절단사고…대법 "교통사고 아냐"

1심 교통사고처리법 적용…"피해자 처벌 불원" 공소기각
2심 "트랙터 이동 과정서 발생한 사고 아냐" 1심 파기환송

서울 서초구 대법원. 2023.8.1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트랙터 로터리(밭 갈기) 작업 중 발생한 절단 사고는 트랙터 이동 중 일어난 것이 아니므로 교통사고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한 1심을 파기환송 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A 씨는 2022년 3월 2일 오후 자기 소유의 논에서 트랙터 로터리 작업을 하던 중 회전 날로 B 씨를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A 씨는 6개월여 전 이웃 주민 B 씨로부터 산 트랙터 조작과 운전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근처를 지나던 B 씨는 교습을 해 주겠다며 직접 로터리 작업 시범을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A 씨는 나머지 부분을 직접 해 보겠다며 운전석에 올랐는데, 트랙터 뒤쪽에 있던 B 씨를 미처 보지 못하고 로터리 날을 내린 다음 트랙터를 작동시켰다. 회전하는 날에 오른 다리가 말려 들어가면서 B 씨는 허벅지가 절단되는 등의 상해를 입었다.

1심은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트랙터는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하고, 사고가 트랙터 이동 과정에서 발생했으므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2조 2호가 정한 '교통사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A 씨가 기소되기 전 B 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3조 2항을 적용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3조 2항은 '차의 교통으로 업무상과실치상죄 등을 범했을 때 운전자에 대해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2심은 "사고가 트랙터 이동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1심 법원으로 돌려보내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고인은 로터리 작업을 하기 위해 트랙터 로터리 날을 내린 다음 회전시켰다"며 "단순히 트랙터를 이동시키는 과정이었다면 로터리 날을 내리거나 회전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피해자는 회전하던 트랙터 로터리 날에 다리가 끼어 상해를 입었다"며 "사고는 트랙터를 이용한 로터리 작업 중에 발생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A 씨는 1심부터 다시 재판받아야 한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