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초강수' 재판관 6명 심리 가능…'늑장' 국회 움직이나

'10월 마비' 우려에도 국회 심드렁…재판관 전원일치 인용
6명으로 사건 심리·결정 가능…위헌·탄핵 전원 찬성해야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6월 심판사건 선고에 자리하고 있다. 2024.6.2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7명 이상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도록 정한 헌법재판소법 효력을 정지하면서 국회가 후임 재판관 인선에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국회의 늑장으로 '헌재 마비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는 점이 국민들에게 각인되면서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여기에 남은 6명의 재판관으로 사건 심리가 가능해지면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묶어두려던 야당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재판관 7명 이상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도록 정한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지난 10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헌법재판관 3명 퇴임 후 정족수 부족으로 탄핵 심판이 정지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위헌 확인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지 나흘 만이다.

이 위원장은 탄핵소추로 8월부터 직무가 정지돼 후임 재판관이 임명되지 않으면 직무 정지 상태가 기약 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진숙 직무 정지 늘리기 '꼼수' 관측에…헌법재판관들 '한 목소리'

'10월 마비설'에 대한 우려는 여당을 중심으로 몇 차례 제기됐다.

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표면적으로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야당의 이런 대응은 후임 임명이 지연되는 만큼 이 위원장의 직무정지 기간을 최대한 늘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진보·보수 성향을 막론하고 재판관들이 한목소리를 낸 것은 이 같은 '꼼수'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헌법재판관의 답답함은 심리 과정에서도 이미 엿보인 바 있다. 여름 무렵부터 일찌감치 '헌재 마비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음에도 국회가 나서지 않자 이례적으로 문형배 재판관이 이 위원장 탄핵 사건의 청구인(국회)과 피청구인(이 위원장) 측에 대응 방안을 직접 묻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후임자 임명 절차 돌입에 미온적이었던 국회가 비로소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헌재의 이번 결정은 헌재 스스로 입법행위에 준하는 결정을 했다는 점, 국감 이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등 추천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었다는 점 등에서 아쉬운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사무소·시청자미디어재단·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0.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이론상 재판관 6명 결정도 가능…탄핵 인용하려면 전원 찬성해야

헌법재판소법 23조 1항의 효력이 본안인 헌법소원 사건의 결정 선고 시까지 임시로 정지되면서, 이 위원장 탄핵 사건 심리는 내달 12일 오후로 정해진 변론기일을 포함해 예정대로 진행된다. 심리가 진행 중인 다른 사건들도 마찬가지다.

이는 헌법재판소법 23조 2항이 '재판부는 종국 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 위헌 결정, 탄핵 결정, 정당해산 결정, 헌법소원 인용 결정의 경우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사건에 대한 결정도 가능하다. 만일 심리가 마무리됐는데도 후임자 임명이 늦어진다면 자리를 지키고 있는 6명 전원이 찬성해야만 탄핵 인용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과거 탄핵 사건 1회 변론준비절차 기일부터 헌재 결정까지 소요된 기간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113일) △임성근 판사(219일) △안동완 검사(115일) △이정섭 검사(213일) 등이 평균 175일, 반년가량이 소요됐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