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일한 아나운서 해고한 EBS, 항소심도 패소…"근로자로 봐야"

2012년부터 일하다 2021년 기간만료 해고 통보…노동위 구제신청 인용
법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EBS가 업무 수행 지휘·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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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9년 동안 근무한 프리랜서 아나운서 A 씨를 해고한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지난 10일 EBS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인 EBS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사유는 1심과 크게 다르지 않고, 추가 증거를 포함해 살펴보더라도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1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A 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EBS에 근로를 제공했다고 할 것이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출연계약서에서 정한 뉴스 진행 외 방송사 사내 시상식 및 기자간담회와 같은 다른 행사를 진행하는 등 EBS 측의 지휘·감독 하에 업무를 수행했다고 봤다. 또 EBS의 체육대회나 워크숍 등의 참가 안내 메일을 받아 실제 참가한 사유를 들어 사측의 근로자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EBS는 A 씨가 외부 활동을 하고 그로 인한 소득을 얻었으므로 전속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출연계약서에는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 출연 및 광고 제작에 참여시 사측과 협의하게 돼 있다"며 "사측이 외부 활동 자체를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보아 A 씨는 사전승인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 외부 활동 대부분 사측과 관련된 것인 점 등을 비춰 보면 전속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앞서 2012년부터 EBS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근무하던 A 씨는 2021년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A 씨는 "EBS 측의 계약종료는 서면 통보 의무를 지키지 않아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내 이듬해인 2022년 인용됐다. EBS는 재심을 청구했으나, 중노위가 이를 기각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EBS는 A 씨의 근무 장소·시간을 지정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 등 A 씨를 사측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2021년을 계약 만료 시점으로 정한 만큼 계약 종료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출연계약서 내용에 의하면 EBS는 A 씨의 뉴스 진행 시간 등 일정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EBS가 A 씨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방송 시간을 변경할 수 있고, A 씨는 사실상 이에 구속돼 뉴스를 진행할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 "A 씨가 EBS에 입사한 이후 2년이 지난 시점인 2014년 4월부터는 기간제법에 따라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간주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EBS의 출연 계약 종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냈다.

현행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해 근로자를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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