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출근하다 교통사고 후 뇌출혈…'출퇴근 재해'일까

"기저질환에 사고 겹쳐 뇌출혈 방생한 것으로 보여"
법원 "사고·발병 간 인과관계 인정…출퇴근 재해 해당"

ⓒ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근로자가 새벽 출근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직후 뇌출혈이 발생했다면, 이는 출퇴근 재해로 봐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단독 김주완 판사는 A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새벽조 근무를 위해 3~4시경에 일어나 자택을 출발해 사업장으로 향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며 "새벽조 근무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4시경부터 운전을 하다가 졸음운전을 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원고에게 심장질환과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기는 했지만, 언제든지 뇌출혈이 발생할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수준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진료기록 감정 결과에 따르면 원고가 사고를 당해 놀라고 긴장해 일시적으로 혈압이 상승해 뇌출혈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설령 원고의 기저질환의 발병의 주된 원인이었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2010년부터 8년 이상 이 사건 사업장에서 별다른 문제 없이 근무를 하다가 사고 발생 당시 뇌출혈이 발병한 사실에 비춰보면, 적어도 출근 중에 발생한 사고가 원고의 기저질환과 겹쳐서 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의 기저질환에 이 사건 사고가 겹쳐서 상병이 유발 또는 악화된 것으로 추단되므로, 이 사건 사고와 발병 간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고의 상병은 출퇴근 재해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B 컨트리클럽 소속으로 라커룸 관리 등 업무를 했던 A 씨는 2019년 3월 오전 4시37분께 승용차를 운전해 출근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 갓길에 설치된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병원으로 이송된 A 씨는 담당 의사로부터 '개방창이 없는 대뇌출혈, 기저핵의 뇌내출혈' 진단을 받았다.

이후 A 씨는 뇌출혈 발병이 업무상 질병 또는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며 2021년 7월 공단에 요양급여신청을 했다.

그러나 공단은 뇌출혈이 선행되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A 씨의 발병 전 업무가 과로 인정 요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사고와 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요양불승인결정을 했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