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체류자 영상진술, 변호인 동의했어도 '이것' 없으면 증거 안돼
증언거부권 고지 없이 진행 없이 녹취 증거로 재택
대법 "적법한 증거사용 아냐…피고인 동의했어도 마찬가지"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해외에 체류 중인 증인이 증인 선서 없이 임의로 녹음한 파일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 씨는 B 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 C 씨 등 학생 2명에게 "조교 등록 조건이 되지 않는 학생 D 씨를 위해 명의를 빌려 달라"고 부탁한 뒤, 이들이 조교로 등록한 것처럼 허위 조교인사제청서를 학교에 내고 학생들 명의의 계좌로 입금된 장학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1심은 A 씨에게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학교 측에서 D 씨가 실제 조교 업무를 수행하고 장학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모른 채 착오로 인해 장학금을 지출하도록 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C 씨의 진술조서와 탄원서가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고 법정 증언도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의 명의로 장학금을 신청한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은 A 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증거재판주의를 위반하거나 증거조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검찰은 1심에서 C 씨가 작성한 탄원서, 경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사용하는 데 A 씨가 동의하지 않자 C 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당시 C 씨는 해외 출국 상태였기 때문에 1심 재판부는 C 씨에 대한 증인 채택 결정을 취소하고 탄원서 등에 대해서는 증거 신청을 기각했다. 이후 C 씨의 소재지가 확인됐지만 검찰은 다시 증인 신청을 하지 않았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재차 C 씨를 증인으로 신청하고 "C 씨의 국내 입국 여부가 불투명해 현지에서 영상으로 증인신문 절차를 진행하자"며 A 씨 변호인의 동의를 구했다.
A 씨 변호인은 이에 동의했고, 2심 재판부도 C 씨의 진술을 인터넷 화상 장치로 청취한 뒤 녹음된 진술 내용을 증거로 채택했다. 이때 C 씨에게 위증의 벌을 경고하고 선서하게 하거나 증언거부권을 고지하는 등의 절차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증거조사는 공판중심주의, 직접심리주의 및 증거재판주의 원칙에 입각해 법률이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헌법상 보장되는 적법절차의 원칙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을 피고인의 권리는 경제적 효율성이나 사법적 편의를 증진한다는 이유로 간과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C 씨가 해외 체류 중이라 법정에 출석시켜 증인신문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법적 근거 없이 이런 우회적인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에 따른 적법한 증거조사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그러한 진술 청취의 결과물인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어 사실인정의 자료로 삼을 수 없다"며 "피고인과 변호인이 그와 같은 절차 진행에 동의했거나 사후에 증거조사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증거로 하는 데 동의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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