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기사,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대법 첫 판단 나와

1·2심 모두 업체 패소…"사실상 업체에만 소속돼 업무"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 있어"…대법 상고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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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대리운전 기사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대리운전업체 A 사가 대리기사 B 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사는 2014년 5월부터 부산 지역에서 C 사 등 다른 업체들과 함께 대리운전 기사들을 모집하고 동업 계약을 체결해 대리운전업을 시작했다.

대리운전 접수와 기사 배정에 필요한 스마트폰 앱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고객의 대리운전 요청(콜) 정보를 공유하고 기사를 배정하는 방식이었다.

C 사와 동업 계약을 체결한 D 씨는 2018년 12월 '부산대리운전산업노조'를 조직해 업체들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응하지 않았고 노조에 가입한 B 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리운전 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기사가 계약을 체결한 대리운전업체 소속 연합을 통해 다른 업체 콜을 배정받은 경우에도 소득 의존성·지속성·전속성이 충족되는지, 기사가 업무 수행에 있어 선택권이나 거부권이 있는지 등이 쟁점이 됐다.

1심과 2심 모두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대리운전 기사들이 사실상 업체에만 소속돼 대리운전 업무를 하고 있으므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먼저 "피고들이 소속된 노조는 '복수의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하는 기사'를 조합원 결격사유로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원고들은 피고들로부터 회당 수수료를 미리 받고 카드 결제를 통해 대리 운전비가 지급될 경우 피고들이 원고들로부터 그에 상당하는 금원을 지급받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들이 원고들로부터 대리 운전비를 지급받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동업계약서가 기사들의 복장, 안전운행, 부당요금 징수 금지, 고객 응대 요령 등 의무 사항을 정하면서 수수료 변경 및 대리 운전비 결정 권한은 업체에만 있는 등 계약 내용을 업체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점도 짚었다.

업체들이 기사들의 업무를 지휘·감독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정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들은 원고들과 동업 계약을 체결한 후 상당한 기간 동안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해 온 것으로 보이고 원고들에게 상당한 정도로 전속돼 있다"며 "우선 배정을 받지 못하면 대리운전 배정을 제대로 받지 못해 특정 시간 일정 횟수 이상 대리운전을 의무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조합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원고들의 사업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원고들과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는 피고들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