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수사 청탁' 박용호 전 마산지청장, 정직 3개월 취소소송 패소
'무고사건' 피의자가 지인…檢수사관에게 "내 친군데 잘 봐 달라"
法 "수사관에 청탁해 수사공정성 손상…검찰 신뢰도 실추"
- 노선웅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수사받는 지인을 위해 검찰 수사관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혐의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박용호 전 창원지검 마산지청장이 징계 처분 취소소송에서 패소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이주영)는 박 전 지청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마산지청장 시절 박 전 지청장은 직전 진주지청장으로 일하며 알게 된 오 모 씨를 위해 검찰 수사관에게 부정한 청탁을 한 의혹을 받는다. 오 씨는 '이승화 산청군수 선거법 위반 무고 사건'으로 2023년 1월 무고·무고 교사 등 혐의로 이 군수로부터 고소당한 인물이다.
박 전 지청장은 오 씨가 고소당하기 전인 2022년 11월 지청장실에서 만난 오 씨로부터 '자신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승화 산청군수를 고발했는데 혐의없음 처분이 나와 이의신청을 했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또 오 씨가 고소를 당한 당일 그와 다시 지청장실에서 만나 "제보 사실이 허위라고 인식하지 못했다면 무고 교사죄가 성립하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의 법률 조언을 하기도 했다.
박 전 지청장은 자신이 직전까지 지청장으로 있던 진주지청으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오씨로부터 전해듣고, 담당 수사관인 송 모 씨에게 연락해 "오 씨가 내 친구인데 억울하다고 하니 잘 살펴봐 달라"며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피의자 신분이던 오 씨와 그의 변호인 등 5명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수사 무마 청탁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후 박 전 지청장은 2024년 2월에서야 법무부로부터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그 무렵 국민의힘 공천 경선에 뛰어든 그는 징계 처분이 내려진 직후인 2월 23일 퇴직했지만 경선에 탈락했고, 다음 달인 3월 28일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박 전 지청장은 재판에서 수사관에게 오 씨 수사에 대해 잘 살펴봐 달라고 말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부정한 청탁이나 다른 공직자의 직무수행을 해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녁 식사 당시 오 씨에 관한 보도가 이뤄지기 전이었고, 관련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는 오 씨와 만나지 않았다"며 "결국 이 사건 징계사유 모두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과거 자신이 지청장으로 근무했던 진주지청이 수사하고 있던 무고 사건 피의자와 저녁식사를 하는 등 교류하고, 그를 위해 담당 수사관에게 따로 부탁을 하기도 했다"며 "이는 일반인이 이 군수 무고 사건에 관한 검찰 수사가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기에 충분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실제 2023년 3월 16일부터 이 군수 무고 사건 수사 무마 의혹에 관한 기사가 보도되며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바, 원고의 행위는 검찰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정도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지청장의 연락으로) 송 씨가 자신이 담당하는 무고 사건의 피의자가 자신을 지휘하던 지청장인 원고와 상당한 친분이 있음을 알게 된 점, 원고의 당시 마산지청장으로서의 지위와 영향력, 선처를 바라는 메시지 내용 등을 종합하면 이와 같은 부탁이 송 씨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직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행위 모두 그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며 "검사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에 대해선 엄중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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