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당해 건물주 살해한 지적장애인, 항소심도 중형
모텔 주인 지시로 건물주 살해…모텔 주인은 1심 징역 27년
항소심 "새로 참작할 만한 사정 변경 없어…원심 판단 정당"
- 노선웅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자신이 일하던 모텔 업주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해 80대 건물주를 살해한 30대 주차관리인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27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재권)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모 씨(32)의 항소심 재판에서 원심과 같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이후 새로 참작할 만한 사정 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여러 가지 양형 조건을 종합하면 원심 양형 판단은 재량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 피고인과 검사 측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원심에서 명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모텔 업주 조 모 씨(44)의 지시를 받고 자신이 주차관리인으로 일하던 빌딩 건물주 A 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조 씨는 지적 장애를 가진 김 씨를 심리적으로 지배해 왔다. 가족의 버림을 받고 떠돌아다니던 김 씨를 지난 2019년 데려와 "나는 네 아빠, 형으로서 너를 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따르게 했다. 또 김 씨가 A 씨에게 강한 적대감을 갖도록 "너를 욕했다"는 식으로 이간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2020년 7월부터 3년 4개월간 조 씨의 모텔과 주차장을 관리했는데 이 기간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씨는 지적장애인인 김 씨가 장애인 수급비를 수령한다는 사실을 알고 모텔 숙박비 명목으로 편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씨는 모텔 객실이 아닌 주차장 가건물에서 기거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4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이 지적장애인인 데다 교사에 의해 범행했다고 하지만, 피해자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고 범행 또한 잔혹하다"며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1심이 김 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선고하자 검찰과 김 씨 모두 항소했다.
김 씨에게 살인을 교사한 혐의를 받는 조 씨는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27년을 선고받았다. 조 씨는 2022년 9월부터 영등포 재개발 문제로 건물주 A 씨와 갈등을 겪다 주차관리원 김 씨에게 살해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조 씨는 김 씨에 대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하지만 조 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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