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소지·시청 처벌법…'알면서' 문구 넣었다 뺐다 촌극

의원들 "우연히 볼수도" "애들 같이 안 보면 왕따"
법사위 통과 후 비판 커지자 하루만에 삭제 처리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소지·시청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적 300인 중 재석 249인, 찬성 241인, 반대 0인, 기권 8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2024.9.26/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딥페이크 처벌법(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개정안)'에 '알면서'라는 문구가 등장했다가 하루 만에 사라졌다.

일부 의원들이 딥페이크 영상인 줄 모르고 시청해도 처벌받을 수 있다며 문구를 추가했지만, '몰랐다고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비판이 커지자 부랴부랴 '알면서'를 삭제한 수정안을 올린 것이다.

애초에 고의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 법안에 '알면서'를 추가해 불필요한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위 영상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는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수정 전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제14조의2 제4항)

논란이 된 부분은 신설한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제14조의2 제4항이다. 허위 영상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처벌 규정을 새롭게 만들었다.

본회의 하루 전날인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선 해당 조항을 '허위 영상물임을 '알면서' 소지·구입·저장·시청하면 처벌한다'고 수정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은 구분이 어려워 억울한 사람이 나올 수 있다며 '알면서' 본 사람만 처벌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아청법) 제11조 제5항에서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소지·시청한 경우를 처벌한다고 규정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알면서'를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은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나왔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누군가 카톡으로 영상을 보내면 자동 다운로드돼서 본다"며 "고의라는 것을 더 명확하게 집어넣어야 불필요한 수사 대상이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도 "아이들은 '같이 안 보면 왕따'라고 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법안으로 인한) 피해자가 많이 양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 역시 "시청한 자를 처벌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다운로드해서 우연히 본 것까지 다 처벌해야 되느냐"고 지적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알면서'를 넣어서 이 법안을 통과시켜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알면서'가 없어도 고의범만 처벌하는 규정"이라며 반대했지만, 결국 '알면서'가 추가된 법안이 법사위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정청래 위원장은 "법사위가 모처럼 깊이 있고 수준 높은 토론을 하고 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OUT 공동행동 회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딥페이크 성범죄방지법 개정안 관련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규탄 긴급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9.25/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알면서'에 대한 논의는 24일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도 이미 나왔다.

당시에도 비슷한 질의가 나오자 김석우 법무부 차관은 '알면서'라는 단서를 달지 않아도 고의가 없으면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논의 끝에 1소위 소속 의원들은 '알면서'를 추가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하루 만에 전체 회의에서 뒤집힌 것이다.

하루 만에 추가된 '알면서' 문구는 다시 하루 만에 법안에서 사라졌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인 줄 몰랐다고 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자 민주당은 본회의 당일 추미애 의원 대표 발의로 '알면서'를 삭제한 수정안을 제출했다.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이한규 민주당 의원은 수정안 제안설명에서 "문구를 수정해도 딥페이크 소지·시청을 한다고 모두 처벌받는 것이 아니다. 고의가 없으면 처벌 대상이 아니라 수사기관이 무리한 수사를 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법사위 전체 회의와 1소위에서 이미 나왔던 설명을 뒤늦게 반복한 셈이다.

이은의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알면서'를 넣으면 불법촬영물엔 해당하지 않고 딥페이크인 줄은 몰랐으니 처벌이 안 된다"며 "(국회가) 해당 범죄의 본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brigh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