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임종헌, 2심 첫 재판서 혐의 부인…"檢 시나리오"
1심 유죄 '공보관실 예산유용'에 "대법원장 격려금…재산상 이익없어"
검찰 요청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과 병합은 거부
- 노선웅 기자, 서한샘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서한샘 기자 =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65·사법연수원 16기)이 2심 첫 재판에서 "검찰이 설정한 프레임에 꿰맞추기 위해 일방적으로 지어낸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임 전 처장 측 변호인은 26일 서울고법 형사12-1부(부장판사 홍지영 방웅환 김형배)가 심리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항소 이유를 말하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직권남용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반박했다.
앞서 검찰은 이날 항소에 대해 "피고인의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 개입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현재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원심의 판단은 사안의 중대성 등에 비춰 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 전 처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과 공모해 재판에 개입하는 등 직권남용을 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이를 무죄로 본 1심 판단에도 위법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변호인 측은 또 1심이 유죄로 판단한 공보관실 예산 유용 혐의에 대해서도 "각급 법원장 및 행정처 간부들의 대외 활동 지원비로 지급됐고, 그 예산을 법원의 홍보 및 공보 업무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편성 목적에도 부합한다"며 "공보관실 운영비를 현금화하고 대법원장 격려금으로 사용했는데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고 할 수 없어 이와 달리 판시한 원심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부는 마찬가지로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76)의 사건과 병합해 진행해달라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전에 (검찰) 의견서가 제출돼 재판부와 협의를 거쳤는데 두 재판부는 사건을 병합해 진행하진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5회 기일에 걸쳐 공소사실별 주요 쟁점과 증거에 대해 설명하겠다는 검찰 의견서에 따라 다음 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임 전 차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기획조정실장, 차장으로 근무하며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등 일선 재판에 개입하고 법원 내 학술모임을 부당하게 축소하려 한 혐의 등으로 2018년 11월에 기소됐다.
지난 2월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관련 사건 및 홍일표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등 특정 국회의원 사건의 검토를 심의관에게 지시했는데, 이러한 검토는 사법부의 독립뿐 아니라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해할 수 있는 중대 범죄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법원장들에게 현금성 경비를 지원하기 위해 공보관실 예산을 불법으로 편성해 다른 용도로 유용했다는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이외에 강제징용 사건과 위안부 손해배상 사건 등에 개입한 혐의 및 국정농단 관련 보고서를 청와대에 유출한 혐의,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법원 내 학술모임을 부당하게 축소하려 한 혐의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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