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마약 동아리 '깐부' 뜬 의사…투약 당일 환자 7명 수술

검찰, 마약 동아리 회장 추가 기소…대형병원 의사·상장사 임원도 연루
새벽 마약 투약 후 오후에 수술…검찰 "약에 취했을 가능성 있어"

이희동 서울남부지방검찰청 1차장검사가 5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에서 대학생 연합동아리를 이용한 대학가 마약 유통조직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8.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수도권 명문대생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대학 연합동아리 '깐부'를 통해 대형병원 의사, 상장사 임원 등 동아리와 무관한 이들에게까지 마약이 전파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동아리 회장 염 모 씨를 추가 기소하고, 마약을 투약한 4명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는 동아리 회장 염 씨 등 동아리 관련자 3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추가 구속기소 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동아리를 통해 마약을 투약한 의사, 상장사 임원, 대학생 등 관련자 4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염 씨는 고급 호텔, 클럽 등에서 열리는 동아리 모임에 회원이 아닌 사람들까지 초대해 마약을 판매하고 투약했다.

이 중에는 서울 상급종합병원 의사 A 씨(30대·남)도 포함됐다. A 씨는 지난해 10~11월 염 씨로부터 마약을 구매해 총 3차례에 걸쳐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마약 매수를 위해 새벽에 약 30㎞를 운전해 염 씨 주거지 인근을 방문하고, 마약 대금도 현금으로 계산했다.

특히 A 씨는 새벽에 마약을 투약한 뒤 강남 소재 클럽을 돌아다닌 것도 모자라, 당일 오후 병원에 출근해 총 7명 환자의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마약류 진통제를 직접 처방할 수 있는 마약류 취급자다.

A 씨가 투약한 MDMA와 대마는 투약 효과가 각 최대 6~10시간 지속되기 때문에 그가 마약에 취한 채 수술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에 A 씨는 지난 5일 구속됐다. 해당 병원은 A 씨에게 업무방해죄 등 적용을 검토하고, 수술받은 환자들의 피해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또 검찰은 A 씨에 대한 면허 취소를 추진할 계획이다.

동아리와 무관한 코스닥 상장사 임원 B 씨(40대·남)와 그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대학생 C 씨(20대·여)도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지난 7월 서울의 호텔에서 2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투약 직후 서울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등 약 13㎞ 구간에서 고급 외제 차를 운전하기도 했다.

C 씨는 동아리 회원이 아님에도 염 씨로부터 마약을 받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던 중 염 씨가 구속돼 더 이상 마약을 제공받을 수 없게 되자 상장사 임원인 B 씨를 소개받아 함께 마약을 투약한 것이다.

B 씨는 2020년 태국에서 마약을 밀수한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음에도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대학 출신인 B 씨는 소환 요구를 받은 후 미국 출장을 명분으로 도피를 시도했으나, 출금 금지 조처로 인해 실패했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 투약 사범의 가파른 증가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마약 범죄를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대학가에 마약을 유통·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연합동아리 소속 회원들 상당수가 수도권 주요 명문대 학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동아리는 최근까지도 회원을 모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에 따르면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대마) 등 혐의로 추가 기소된 주범 동아리 회장 A 씨(30대 초반·구속)는 연세대 학부를 졸업하고 현재는 카이스트 대학원에 재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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