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영 수심위, 청탁금지법 기소 권고…고심 깊어진 검찰
8시간 회의 끝 결론…청탁금지법 '기소' 명예훼손 등 '불기소'
검찰 '절차적 정당성' 확보 제동…김 여사 처분 시점 미뤄질 듯
- 황두현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기소를 권고하면서 사건 처분을 두고 검찰 고심이 깊어졌다.
수심위 결론은 사실상 최 목사가 건넨 금품이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성 있다고 본 것으로 무혐의 판단을 내린 검찰 입장과 상반된다.
최 목사에 대해 기소 의견이 나왔지만 김 여사 처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청탁금지법상 배우자에 대해서는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최 목사를 기소하더라도 김 여사에 대한 검찰 결론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 여사에 대해 수사팀과 수심위가 동일하게 내린 불기소 판단은 최종 처분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다만 김 여사와 최 목사를 일괄 처분할지, 김 여사 사건을 먼저 마무리할지를 두고 검찰 내 의견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수심위는 24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현안 위원회를 비공개로 열고 8시간 가까이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과 주거침입, 명예훼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4개 혐의를 심의했다.
심의 결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참석 위원 15명 중 8대 7 의견으로 기소 권고, 명예훼손 혐의는 14대 1로 불기소 처분을 권고했다. 나머지 2개 혐의는 만장일치로 불기소 의결했다.
이날 심의 쟁점은 최 목사가 2022년 6~9월 김 여사에 건넨 180만 원 상당의 샤넬 화장품 세트와 300만 원 상당 디올백이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지였다.
수심위도 심의 시간 대부분을 해당 금품과 윤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을 판단하는 데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목사 측 류재율 변호사는 의견 진술 후 "청탁금지법 위반이 쟁점이었다"고 말했다.
최 목사를 대신해 심의에 참석한 류 변호사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과 사후 국립묘지 안장, 통일TV 재송출 등의 현안은 대통령 직무에 포함되기 때문에 관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나머지 3개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반박하며 이를 입증할 자료를 위원들에게 제출했다.
검찰 수사팀은 최 목사가 잠입 취재를 위해 김 여사에게 접근했고 금품을 취임 축하 선물 또는 접견 수단이었다고 한 만큼 법리적으로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심의는 이례적으로 장시간 진행됐다. 이달 초 열린 김 여사 수심위는 6개 혐의를 심의하는 데 5시간가량이 걸렸지만 이날은 4개 혐의를 8시간 가까이 심의했다. 의견이 8대7로 갈린 것은 그만큼 치열한 논쟁이 있었음을 짐작게 한다.
수심위는 결국 김 여사에 건네진 금품에 청탁 의미가 있었다고 판단, 직무 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해 기소 권고 의견을 냈다.
최 목사 수심위 판단이 수사팀과 엇갈리며 검찰 셈법이 복잡해졌다. 당초 수사팀과 수심위가 일치된 결론을 내린 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사건을 처분하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그간 수사 과정에서 불거졌던 김 여사 '출장 조사' 등 비판 여론에 더해 수사 공정성도 의심받게 된 상황이다.
지난 16일 임기를 시작한 심우정 검찰총장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릴 경우 야당의 공세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특검 추진의 명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무혐의 판단을 대검찰청에 보고했고, 지난 6일 열린 김 여사 수심위도 청탁금지법 위반과 변호사법 위반, 알선수재, 직권남용, 증거인멸, 뇌물수수 등 6개 혐의를 심의하고 불기소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최재영 수심위는 검찰에 꾸려진 전문가 풀에서 무작위로 선정돼 또 다른 위원들이 참석하면서 다른 결론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은 회의 직후 "수사팀은 두 차례의 수사심의위원회 결정을 참고하고,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증거와 법리에 따라 관련 사건들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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