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신학림 측 "윤 대통령 증인신청, 처벌의사 확인해야"(종합)

명예훼손 혐의 첫 공판 "어떤 피해 입었는지 직접 얘기하라"
檢 '공소장 변경'에도 재판장 "여전히 부적절"…같은 지적 반복

지난 대선 직전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허위 인터뷰를 한 혐의를 받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왼쪽)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각각 출석하고 있다. 2024.6.2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이세현 기자 = 지난 대선에서 허위 인터뷰로 윤석열 대통령(당시 후보)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신학림 전 언론 노조위원장 측이 첫 공판에서 윤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명예훼손이 반의사 불벌죄여서 처벌 의사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반의사 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신 전 위원장 측 변호인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가 심리한 김 씨와 신 전 위원장,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 등 4명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 첫 공판에서 "피해자라고 자처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처벌 의사를 분명히 확인하고, 허위가 무엇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증인 신청과 사실조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도 이날 재판 시작 전 법정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을 재판의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검찰은 이 사건 피해자를 윤 대통령이라고 적시했는데, 우리는 윤 대통령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모른다"며 "보도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본인 입으로 이야기해야 재판이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의 핵심은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인데, 당시 대출 브로커 조우형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아는 사람도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에 있던 윤석열 검사"라며 "부산저축은행 관련 내용들을 당시 대검 중수부가 알고도 수사를 무마한 건지, 아니면 비리가 명확한데도 모르고 지나갔는지 어떤 경우가 됐던 수사 책임자였던 윤 대통령은 책임을 면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에선 검찰이 김 씨 등 피고인들의 공소사실 요지를 설명했다. 검찰은 이들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유착관계에 있던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가 당선되도록 허위 보도를 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대장동 의혹과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등 공소사실과 관련된 경위 사실을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한 차례 공소장을 변경했음에도, 여전히 이런 내용들은 이 사건 혐의인 명예훼손이 아닌 허위사실공표죄를 입증하려는 내용이라며 공소사실 요지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기소된 게 아닌데 같은 내용으로 기재돼 있어서 수정해야 한다고 거듭 말씀드렸다"며 "근데 공소사실 요지에서 동기 부분이라든지, 경위 사실 부분이 주가 되는 느낌이다. 주객이 전도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언급한 신 전 위원장의 명예훼손 전과와 관련 판례들도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지적, 재검토를 요청하며 "공소장 변경을 했음에도 공소사실 요지는 과거의 것을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며 "부적합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아울러 "솔직하게 얘기하면 이게 재판하는 것이지 방청석에 기자들이 와있는데 기자들을 보고 들으라고 하는 소리는 아니지 않냐"며 "재판부에서 공판준비기일에 재판부 의중을 줬으면 따라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1·2차 공판준비기일에서도 검찰이 제시한 대장동 의혹과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관련 공소사실이 명예훼손이 아닌 허위사실공표와 연관돼 있다며 변경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대장동 의혹 관련 기사나 김 씨와 이재명 대표의 유착관계를 언급한 부분 등을 두고 이 사건 재판과 관련이 없는 데다, 다른 재판에서 심리 중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결국 핵심이 당시 윤 후보가 실제 수사를 무마했는지 안했는지 여부라며 이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달 29일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이날 피고인들도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피해자인 윤 대통령의 명예가 어떻게 훼손됐는지 등 혐의 입증에 관한 내용은 정작 빠져있다며 검찰의 공소요지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자가발전을 한 것이지 허위 보도 관련 언론 작업을 한 바 없고, 오히려 검찰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혐의들에 대해 윤 대통령의 하명 수사 및 기소로 공소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100여명 넘는 증인을 신청한 데다, 대장동 의혹과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등이 포함된 방대한 증거기록을 제출, 재판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재판부는 다음 기일부터 증인신문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내달 22일 열릴 다음 기일에는 대장동 일당으로 지목된 남욱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장동 대출 브로커이자 이 사건의 핵심인 수사 무마 의혹의 당사자 조우형 씨도 증인으로 불러 의혹의 실체에 관해 확인할 계획이다.

buen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