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재심 확정…대법, 검찰 재항고 기각
법원, 재심 청구 2년 만에 재심 개시 결정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으로 중형을 선고받은 부녀에 대한 재심이 확정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이날 광주고법의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한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백 모 씨(74)와 백 씨의 딸(40)은 2009년 7월 6일 전남 순천에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 이를 나눠 마신 백 씨의 아내 최 모 씨를 포함해 2명을 살해하고 주민 2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돼 2012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당시 백 씨 부녀가 15년 간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이를 숨기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해 국민의 공분을 샀다.
백 씨 부녀는 살인, 존속살해,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는 각각 무기징역,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검사는 사형을 구형했다.
이들의 변호를 맡은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해당 사건은 검사와 조사관이 강압 수사, 허위 수사로 지적 또는 사회 능력이 낮은 가족들을 범인으로 만든 사건"이라며 2022년 1월 재심을 신청했다.
광주고법은 지난 1월 4일 이들의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아들여 백 씨 부녀에 대한 형 집행을 정지시켰다.
재판부는 "막걸리 구입에 관해 새로 발견된 화물차 폐쇄회로(CC)TV 경찰 증거와 이와 유기적으로 연관된 피고인의 진술, 이와 모순되는 검사의 피의자 심문 등을 종합해 평가하면 살인 등 부분은 정당성이 의심되는 수준을 넘어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에게 검사의 생각을 주입하며 유도신문을 하거나, 피고인이 의도한 내용대로 진술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영향에 관한 보상을 설명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신문 방법은 진술의 임의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사회통념상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것으로 위법한 수사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재심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광주고검은 같은 달 11일 "형사소송법상 재심 관련 규정,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비춰볼 때 재심사유에 대한 신중한 법리판단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항고했다.
대법원이 살인 범행의 동기, 범행에 사용된 청산가리와 막걸리의 출처 등 증거 취사선택이나 사실인정에 있어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편 백 씨 부녀는 재심 결정으로 형이 집행정지됨에 따라 출소했다. 검찰의 구속 수사가 이뤄진 지 약 1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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