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 공소기각…난해한 법률용어” 장애인에겐 더 높은 장벽

장애인법연구회, 알기쉬운 사법용어 제안

발달장애인을 위한 알기 쉬운 자료 예시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고소=잘못한 사람을 벌주라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

'기소=잘못한 사람을 재판해 달라고 검사가 판사에게 이야기하는 것'

비장애인들도 이해하기 힘든 법률용어를 발달장애인과 언어장애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바꾸는 작업이 시작됐다. 장애인도 사법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단법인 장애인법연구회는 법원행정처로부터 의뢰받은 '발달장애인·언어장애인의 사법접근권 강화를 위한 알기 쉬운 자료와 보완대체의사소통 개발 방안 연구' 정책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주요 법률용어를 대체할 수 있는 표현을 제시했다.

연구 보고서는 사법절차에서 자주 쓰는 표현 67개를 골라 '알기 쉬운 법률 용어'로 정리했다.

알기 쉬운 재판 양식 '소취하서'

'가압류'는 '나한테 돈을 줄 사람이 돈이 없으면 안 되니까 법원이 그 사람한테 가지고 있는 돈, 땅, 집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라고 하는 것'이다. '가처분'은 '재판이 끝나기 전이라도 내가 원하는 대로 다른 사람이 하도록 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용어뿐 아니라 복잡한 재판 절차도 일상생활에서 쓰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판결문 분석에 따르면 발달장애인은 대부분 성폭력 범죄나 명의도용 사건으로 법정에 서는 경우가 많았다. 인신 보호 사건이나 성년·한정·특정후견심판, 개인회생과 파산 사건도 적잖다.

사법절차 안내는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직접적인 표현을 쓰고. 발달장애인 1인칭 관점으로 구성했다.

민사재판의 경우 '어떤 때에 민사재판하는지' '재판을 받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장에는 어떤 것을 적어야 하는지' '재판받는 장소에 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소개했다.

민사재판하는 경우를 설명할 땐 '원래 돈, 물건, 땅이나 집을 빌렸으면 다시 돌려줘야 합니다. 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잠시 빌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한테서 돈, 물건, 땅이나 집을 빌렸는데도 나한테 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 민사 재판을 합니다'라고 풀어썼다.

형사재판에선 재판 순서와 내용, 증언해야 할 경우 등을 소개했다. '검사가 내가 어떤 잘못을 했기 때문에 재판을 받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판사가 나에게 검사가 말한 죄를 지었는지 물어봅니다. 판사의 질문에 '맞다, 아니다'라고 말하면 됩니다. 답하기 싫으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를 대신해서 변호인이 답할 수 있습니다' 등이다.

사법절차 안내는 그림으로도 제작했다. 검수 단계에선 전문가 자문 후 발달장애인들의 의견도 반영했다. 연구에 참여한 발달장애인들은 '공판기일 통지서 용어가 어렵다', '피고인이라는 말이 어렵다' 등의 의견을 냈다.

장애인 사법지원 신청서, 소 취하서, 국선변호인 청구서, 정식재판 청구서 등 재판에서 중요하고 발달장애인들이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재판 양식 8가지도 알기 쉽게 바꿨다.

법률용어 AAC(보완대체의사소통) 예시

보고서는 언어 표현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의사소통을 돕는 AAC(보완 대체 의사소통) 제작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고발해요' '고소해요' ''선처해 주세요' 등 가이드라인에 따라 법률 용어 AAC 상징 50개도 개발했다.

추가로 '가스라이팅' '가정 폭력' '동등하지 않은 관계에 있었습니다' 등 인권 용어 중 AAC어휘로 개발해야 할 용어들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법원은) 발달장애인에게 기본적 이해가 필요한 법률용어나 사법 절차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의사소통 도구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해 왔다"며 이번 연구를 확대하고 체계화해 알기 쉬운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선 가장 기초적인 내용만 제안한 만큼 앞으로 발달장애인이 맞닥뜨릴 재판에 따라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애니메이션 동영상 등 정보 제공 형태를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중장기적으로는 올해 하반기까지 알기 쉬운 재판 절차(형사·민사·가사 재판) 절차 안내 자료를 마련하고, 내년에 알기 쉬운 법률 용어 기초 편과 재판 양식 기본 편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교육 교재를 마련하고 이를 시범 적용한 뒤 2026년엔 알기 쉬운 자료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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