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선비만 40억 지급한 안과, 200억 매출 올린 의사…2심 감형 왜?

항소심서 징역 1년6개월 집유 3년…나머지 브로커들도 집유 감형
법원 "포괄일제 성립해 경합범 가중한 원심 파기"…1심보다 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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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백내장 수술환자를 알선해 수억원대 대가를 챙긴 브로커와 이를 통해 수백억대 매출을 올린 안과의사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이성복)는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브로커 소 모 씨(37)와 A 안과 대표원장 박 모 씨(50)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소 씨에게는 1600여만 원의 추징을 명했다.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나머지 브로커들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경됐다. 법원은 강 모 씨 등 브로커 5명에게 각각 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안과 총괄이사 김 모 씨는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모두 영리를 목적으로 일정 기간 계속해 저질러진 일련의 범죄행위이고, 그 피해법익도 동일하므로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포괄일죄는 여러 개의 행위가 포괄적으로 1개의 구성요건에 해당해 하나의 범죄가 되는 것을 말하며, 통상 경합범 가중을 하는 경우보다 감형된다.

재판부는 이들의 범행 사이에 단일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브로커 별로, 또 의료기관별로 각각의 포괄일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일률적으로 경합범 가중을 한 원심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다만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유인하거나 이를 사주하는 행위는 환자 유치를 둘러싸고 금품수수 등의 비리나 불합리한 과당경쟁을 유발시켜 의료시장 질서를 혼란시킨다"며 "종국적으로는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과잉 진료·비용 부담이 환자들이나 보험회사에 전가된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 씨의 경우 범행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날짜를 소급해서 마케팅 대행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수수료가 환자 소개 대가가 아니라 정액으로 수령하는 광고비인 것처럼 허위로 계약서를 작성했고, 박 씨는 병원장으로서 다수의 브로커와 장기간 범행을 계속해 의료시장의 건전한 질서를 교란했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소 씨가 브로커들에게 제공한 알선비만 40억 원이 넘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피고인들이 상당한 범죄 수익금을 올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있고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양형 이유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에서는 이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소 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1700여만 원의 추징을 명했다. 박 씨에게도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강 씨 등 브로커 5명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징역 1년이, 김 씨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소 씨 등 브로커 4명은 A 의원과 표면적으로는 '홍보·마케팅 업무 대행 계약', 실질적으로는 '환자 알선 계약'을 체결한 후 환자를 소개해 주고 1명당 150만 원 또는 수술비의 20~30%를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소 씨는 2019년 12월부터 2022년 3월까지 24억 원, 김 씨와 강 씨는 2019년 12월부터 2021년 4월까지 3억9000만 원, 이 모 씨는 2019년 10월부터 2022년 4월까지 1억7000만 원을 알선비로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브로커 권 씨는 4억8000만 원, 박 씨는 5억6000만 원을 각각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에 위치한 A 의원 대표원장인 박 씨와 총괄이사 김 씨는 브로커들에게 알선 대가로 총 40억 원을 지급해 환자 알선을 사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의원은 브로커 알선을 통해 연 200억~300억대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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