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마친 이원석, 대형 수사 결단 '호평' 정치 외풍 '아쉽다'

민생사건 전담수사팀·합동수사단 운영 성과…조직 분위기 쇄신
야권·김 여사 사건 임기 내 잡음…"수사 마무리 하려다 불협화음"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2024.9.1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인 이원석 총장이 13일 퇴임식을 끝으로 물러났다. 임기제 도입 후 역대 9번째로 임기를 모두 채운 검찰 수장이다.

그는 직무 대행을 포함해 총 2년 4개월여간 검찰을 이끌며 '검경 수사권 조정' 후 흐트러진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고 합동수사단, 전담수사팀을 꾸려 서민을 위협하는 민생범죄 대응에 매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수사에서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민주당 돈봉투 사건 등 정치권이 연루된 사건을 기소하는 결단을 내리며 대내외에 검찰의 존재감을 높였다.

반면 현직 영부인 김건희 여사 수사 과정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외풍에 휩싸인 점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권을 겨냥한 수사에 나서며 '검사 탄핵'이라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서민 대상 민생범죄 엄단…흉악 범죄 전담수사·유관기관 협업 성과

이 총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란으로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중도 사퇴하자 2022년 5월부터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총장 직무대행을 맡았고, 같은 해 9월 45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려 '법불아귀'(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를 강조하고 검찰의 '호민관'(護民官) 역할을 짚으며 검찰의 존재 이유를 되새겼다.

민생범죄 대응에 공을 쏟은 이 총장은 신속하고 밀도 높은 사건 처리를 위해 다수의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신림동 흉기 난동과 성폭행 살인 등 서민을 위협하는 흉악 범죄가 발생하면 곧바로 전담수사팀이 출범했다. 이들 사건 주범은 대부분 유죄가 확정됐다.

서울 강남 납치·살인 사건과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도 형사부와 강력부가 전담해 사건을 신속히 처리한 사례다.

이 총장 체제에서 검찰은 자체 수사에 한정하지 않고 유관기관 협업에도 주력했다. 경찰, 국세청 등과 협업해 출범한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 보이스피싱·가상자산·증권·환경 범죄 합동수사단이 순차적으로 출범했다.

이 총장도 퇴임사에서 "시대정신은 통합과 융합"이라며 '현재의 위기는 협업이 해답'이라는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 범죄가 늘자 서울중앙지검에 여성아동범죄조사2부를 신설해 스토킹과 노인 대상 범죄를 맡게 했고, 18개 검찰청에 지정된 디지털 성범죄 전담검사를 31개 청으로 확대했다. 스토킹 범죄에 대응하는 검·경 수사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검사장을 지낸 한 인사는 "2년 전 검수완박 사태로 검사들은 의욕 상실에 빠진 상태였다"며 "이 총장이 검찰의 존재 이유를 강조하고 이미지 쇄신에 주력하면서 조직 분위기가 쇄신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9.1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김 여사·야권 수사 임기 내내 잡음…'검사 탄핵' 국면 맡기도

반면 전·현직 대통령이 연루됐거나 야권을 겨냥한 수사로 임기 내내 정치적 외풍을 맞았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서는 앞서 배제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회복에 실패했고,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는 지휘 과정에서 담당 수사팀과 갈등을 빚는 등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다.

올해 5월 초 명품 가방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하며 '임기 내 사건 처리'를 공언했지만, 김 여사와 최 목사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별도로 열리면서 후임자에게 짐을 넘기게 됐다.

이 과정에서 이 총장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채 법무부가 검찰 고위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용산과 갈등설이 확산했다. 지난 7월에는 김 여사 조사 과정을 뒤늦게 보고받은 사실이 알려져 '패싱 논란'도 불거졌다.

도이치 주가조작 사건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회복을 법무부에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임기 내 이뤄진 야권 수사는 전·현직 민주당 대표를 기소하는 성과를 냈지만 검사 탄핵이라는 역풍을 불렀다.

서울과 성남 등에서 이뤄지던 이재명 대표 수사를 한데 모아 구속영장을 두 차례 청구했으나 기각됐고, 다섯 번에 걸쳐 이 대표를 순차적으로 기소했다. 민주당 돈봉투 사건에서는 송영길 전 대표를 구속하고 연루된 현직 의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4년여간 이어진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 수사에서 딸 다혜 씨 구속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하며 또다시 야권의 반발을 샀다.

이런 흐름은 헌정사상 유례없는 검사 탄핵의 실마리가 됐다. 이 총장 임기 내 안동완·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안이 발의됐고 추가 탄핵 준비 절차도 진행 중이다.

이 총장을 잘 아는 한 검사장은 "수년간 이어지던 정치권 수사를 마무리하려다 불협화음이 난 측면이 있다"며 "임기 말 야권, 정권과 모두 갈등을 빚으며 외풍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본인도 아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퇴임식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이 총장의 심경은 퇴임사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검찰이 세상사 모든 일을 해결해 줄 '만능키'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검찰을 '악마화'하는 사람들, 양측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 의식과 책임감으로 버텨온 시간"이라며 "양극단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2024.9.13/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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