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심하다" 부친 살해하고 물탱크에 유기한 30대 남성
1심 징역 20년→2심 징역 15년…대법 형 확정
2심서 '자폐스펙트럼 장애' 심신미약 인정 감형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잔소리가 심하다며 아버지를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30대 남성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존속살해, 시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10년 부착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A 씨는 2023년 5월 29일 0시쯤 서울 중랑구의 한 아파트 거실 화장실에서 부친 B 씨(당시 69세)를 흉기로 살해해 유기한 혐의를 받았다.
A 씨는 평소 B 씨가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하기 싫은 행동을 강요하거나 화를 내고 잔소리를 한다고 생각해 앙심을 품던 중, 모친 C 씨가 여행을 가 집을 비웠을 때 범행을 저지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시신을 유기할 장소를 찾고 범행 도구를 미리 사서 숨긴 뒤 범행을 저질렀다. 이후 화장실에 물을 뿌려 청소를 한 뒤 아파트 1층 현관과 엘리베이터의 폐쇄회로(CC)TV 화면을 가리고 지하 주차장 물탱크(집수정)에 시신을 유기했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10년 부착을 명령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로 인해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가 6세 무렵 자폐 3급 진단을 받아 장애인등록을 한 것은 맞지만, 2016년 무렵 1차례 약물 치료를 받은 것 말고는 꾸준히 치료받은 적이 없고, 특수반이 있는 일반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취업도 하는 등 일상생활을 안정적으로 꾸렸다는 것이다.
또한 "상황을 변별하며 대처·반응하는 능력에 별다른 장애가 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최초 조사에서 범행을 부인했다가 다음날 어머니와 동석해 다시 조사받으며 범행 방법과 동기 등을 상세히 진술하는 등, 피고인의 행위가 위법한 가해행위라는 것을 인식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도 짚었다.
다만 "범행을 인정하고 있고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다"며 "피해자의 유족인 모친은 선처를 탄원하며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심은 1심보다 낮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A 씨가 자폐스펙트럼 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2심은 "피고인은 존속살해 동기로 보기에 지나치게 경미한 사건들을 열거하고 있다"며 "조사 과정에서도 계속 웃음을 보이거나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능력이 현저히 결여된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또한 "범행 계획이나 증거인멸 시도는 오히려 자폐스펙트럼 장애로 인한 피고인의 판단력 부족이나 사회성 결여 상태를 드러낼 뿐, 심신미약을 부정할 정도에 이르지 못한다"고 봤다.
1심 정신감정 결과, 2017년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죄로 집행유예가 확정됐을 당시에도 자폐성 정신지체 장애로 인한 심신미약이 인정됐던 점, 복지관 알선으로 취업한 후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맡은 점 등도 고려됐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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