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방문진 이사 임명 법정 2R…"2인 체제 野 탓" vs "尹이 거부"

방문진 이사 임명 집행정지 항고심…30일까지 자료 제출 뒤 결론
"야당이 방통위원 추천 안 해" vs "트럼프도 위원 거부 안 했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왼쪽)과 이진숙 방통위원장. 2024.8.14/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신임 이사진 임명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현 방문진 이사장 측이 다시 격돌했다.

서울고법 행정8-2부(부장판사 조진구 신용호 정총령)는 13일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박선아 이사가 신청한 방문진 이사 임명 처분 집행정지 소송 항고심 심문을 열었다.

이날 방통위 측 대리인은 "신청인들은 방문진 이사가 임명되면 권력에서 독립될 방송은 대한민국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고 주장한다"며 "이는 사법부를 압박하는 것뿐 아니라 마치 MBC 외에는 권력에서 독립된 언론이 없다는 오만한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또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는 사익일 뿐이며, 방문진법에 따라 권 이사장 등의 임기가 이미 만료된 만큼 집행정지의 긴급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2인 체제' 의결은 야당이 방통위원 추천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야당 탓으로 돌렸다. 방통위 측은 "국회는 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위법으로 입법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며 "2인이 한 행위가 당연히 무효인가,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한가는 다른 문제이며 본안 판단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청인 측은 2인 체제의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반박했다. 신청인 측은 "방통위 측은 야당이 의무를 방기했다고 주장하지만 발단은 야당 추천 후보를 대통령이 아무 이유 없이 임명을 거부한 것"이라며 "대통령 마음에 들 만한 사람을 추천하지 않으면 다시 거부할 것이 뻔하고, 그런 상태에서 야당이나 국회가 추천 절차를 못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 당시 국가기관을 무력화한 것이 학계에 소개된 바 있지만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조차도 방통위 역할을 하는 기관의 의회 추천 위원을 거부하지 않았다"며 "이는 문명국가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신청인 측은 또 방통위가 결격 사유를 확인하지 않고 실질적 심의를 하지 않은 등 의사결정 원칙·절차를 위반했다고도 주장했다. 신청인 측은"새로 임명된 자들과 현 이사들 사이 누가 인사권을 행사하는지도 현실적 문제가 생기면서 혼란에 빠지고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며 "임명 효력이 정지되지 않으면 이 같은 혼란이 즉시 벌어져 긴급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오는 30일까지 양측에서 추가 자료를 받아 본 뒤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앞서 방통위는 이진숙 위원장 임명 직후 김태규 부위원장과 '2인 체제'로 지난 7월 31일 방문진 이사로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 윤길용 방심위 방송자문 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임무영 변호사, 허익범 변호사 6명을 새로 선임했다.

이에 반발한 권 이사장과 김·박 이사는 방문진 이사 임명 처분 무효 등 확인 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지난달 26일 1심은 이들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신임 이사진 6명은 본안 판단 때까지 임기를 시작할 수 없게 됐다.

당시 재판부는 임명 처분의 효력이 정지되지 않을 경우 권 이사장 등에게 발생할 수 있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해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2인 체제'에 대해 적법·위법 여부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 봤다. 방통위는 이같은 재판부의 결정에 불복해 지난달 28일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