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수 2심도 징역형 집유…'유죄' 뒤집힌 손씨 "인정 안해"(종합2보)
이종호 블랙펄 대표 등 나머지 공범도 징역형…법원 "시세조작 혐의 인정"
김 여사와 유사 의혹 '전주' 손씨, 2심선 유죄…검찰, 김여사 처분 영향 불가피
- 노선웅 기자, 이세현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이세현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유사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주(錢主)' 손모 씨도 일부 유죄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돼 검찰의 김 여사 수사 처분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 안승훈 심승우)는 12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전 회장에게 1심보다 무거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억 원을 선고했다. 20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시세조종 행위를 인정하고, 피고인 이모 씨가 주포인 제1차 시세조종(2010년 10월20일 이전)과 피고인 김모 씨가 주포인 제2차 시세조종(2010년 10월21일 이후)으로 나눠지는데, 그중 1차 시세조종 범행은 공소시효가 만료돼 면소, 2차 시세조종 범행은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권 전 회장과 관련해 "이 사건 범행으로 여러 유·무형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이고, 특히 시세조종 행위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초기 안정적 성장 및 확장 과정에서 상당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 전반의 주모자, 의뢰자로서 큰 책임이 있음에도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이날 재판 결과에 관심을 끌었던 '전주' 손 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검찰이 공소사실을 변경하면서 일부 유죄로 뒤집혔다. 재판부는 손 씨가 제2차 시세조종의 '공동정범'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과 뜻을 같이하면서도, 쟁점이 된 '방조' 혐의에 대해선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손 씨의 1차 시세조종 기간의 방조는 공소시효가 완성돼 면소로 판단한다"면서도 "2차 시세조종 기간의 방조는 정범인 피고인들의 시세조종 사실을 알면서도 자기 자금을 동원해 도이치모터스의 인위적 매수세를 형성해 다른 피고인들의 시세조종을 용이하게 방조했다. 그에 따라 선의의 일반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손 씨는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손 씨가 적절한 매도 시기를 놓쳐 상당한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 점과 동종 전과가 없는 점을 고려했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주포들과 증권회사 직원 출신 등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 대부분 원심과 같이 판결하면서도, 증권회사 영업부장 출신 김모 씨에 대해선 무죄로 판결한 원심과 달리 시세조종의 공동정범으로 판단해 유죄로 판결했다.
차명계좌를 이용해 시세조종 행위를 주도적으로 실행한 '컨트롤 타워'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4억 원이 내려졌다. 주포 김 씨 등 시세조종에 가담한 나머지 공범들에 대해선 각각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징역 2년·집행유예 3년에 이르는 형을 선고하면서 1000만~1억 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렸다.
도이치모터스와 무관하게 아리온테크놀로지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이 회사 실질적 운영자 이모 씨에게만 유일하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2차 시세조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피고인들의 형을 원심보다 무겁게 정하면서 부차적 역할을 한 피고인들은 원심보다 가벼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원심 무죄가 뒤집힌 손 씨는 재판을 마친 뒤 "방조 혐의를 인정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정 안 한다"고 짧게 답했고, 입고 있던 옷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린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나머지 피고인들은 혐의를 인정하는지, 또 상고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말에 답을 하지 않은 채 퇴장했다.
권 전 회장은 앞서 2009년 12월부터 약 3년간 91명의 계좌 157개를 이용해 가장·통정 매매, 고가·허위 매수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혐의로 2021년 12월 기소됐다.
검찰은 권 전 회장과 블랙펄 임원 민모 씨 등이 주가조작 선수와 투자자문사 등과 짜고 다수 계좌를 동원해 비정상적 거래로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앞서 1심은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했다. 주가조작에 가담한 나머지 공범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시세조종에 돈을 댄 손 씨와 다른 공범은 무죄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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