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전주 '무죄→유죄'…김건희 여사 수사 어떤 영향?

도이치 전주, 조작 방조 징역형 집유…"시세조종 알았다"
김 여사 검찰 수사 향방 관심…주가조작 '사전인지' 쟁점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민주주의진흥재단(NED)에서 진행된 북한인권간담회에서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7.1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이밝음 김기성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계좌가 이용된 이른바 '전주'(錢主)에게 항소심이 유죄를 선고하면서 같은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전주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받은 결정적인 이유가 '시세조종을 알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인 만큼 김 여사 수사 쟁점은 '사전 인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 여사와 주가조작 세력 간 연결고리 파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은 12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항소심 판결을 선고하면서 전주 손 모 씨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2월 1심의 무죄 판결이 파기됐다.

재판부는 손 씨에 "단순히 돈을 빌려준 전주가 아니라, 피고인들이 2차 시세조종 행위를 하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익을 도모하면서 도와줄 의사로 자신의 자금을 동원해 주가 부양에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 전주 1심 무죄→2심 유죄…주가조작 방조 혐의 인정

당초 검찰은 손 씨를 공동으로 주가조작에 가담한 '공동정범'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기소했다. 그러나 1심은 "작전 사실은 인지했지만 시세조종 행위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2심에서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했고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끌어냈다. 하지만 법원은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2010년 10월 20월 이전 범행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 판결했다.

손 씨의 방조 사실이 인정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주가조작 선수 김 모 씨와 주고받은 메시지에서 '도이치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고 상한가를 찍었다'고 소통하는 등 조작을 사전에 인지한 정황이 짙기 때문이다. 두 사람 간 금전거래도 근거가 됐다.

또 단순 매매라는 주장을 두고도 법원은 손 씨가 단기매매를 한 다른 주식거래와 달리 도이치 주식은 시세차익을 얻고자 장기간 거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주가조작이 성공하면 매매하려 했다는 것이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2024.9.12/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 김 여사 '주가조작 사전 인지' 쟁점…1심 "계좌 일임한 듯"

이번 판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계좌를 통해 주가조작 자금을 제공했고,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혐의가 김 여사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앞서 1심 법원은 김 여사 명의 계좌 5개 중 3개가 주가조작에 사용됐다고 판단한 바 있다.

김 여사 계좌에서 주식거래가 발생한 2010년 10월 말~11월 초는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 있다.

다만 이번 사례가 김 여사에 그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김 여사에게 방조 혐의가 적용되려면 손 씨처럼 시세조종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

그러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주가조작 세력 간 소통과 계좌가 사용된 흔적은 드러났지만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법원도 "직접 주문을 낸 것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다"면서 "권 전 회장과 이 모 씨(투자자문사 대표)에게 일임되었거나 이들의 지시에 따라 운용된 계좌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4년여간 김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해 온 검찰은 향후 법리 검토를 거쳐 수사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유죄가 선고된 손 모 씨에 대해서는 법원도 단순한 전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만큼, 손 씨 사례와 김건희 여사 사례는 각각의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단순 비교해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각 사실관계에 맞는 증거와 법리를 적용해 검토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판결문 내용과 법리를 면밀히 검토해 상고 여부를 검토하고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에 참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