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재판부 "'먹사연, 비밀 첩보 조직 같아…뭘 감추려는가"

업무 등 질문에 먹사연 상근직원 "모른다" 답변…태도 지적
재판부 "서로 무슨 일 하는지 몰라" "이러면 신문 필요 없어"

돈봉투 의혹을 받고 있는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세계적인 연구조직으로 만들고 싶다는 송 대표의 포부가 진실일까 (하는)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11일 송 대표의 특정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공판에서 "먹사연 조직 구성원들이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말을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송 대표 측 신청으로 출석한 증인의 답변 태도 때문으로 보인다.

먹사연에서 근무했던 김 모 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먹사연 상근 직원 4명이 서로 어떤 업무를 했는지, 자금 관련 업무를 누가 했는지, 먹사연의 재정구조가 어땠는지 등에 관한 재판부 질문에 "모른다"고 하는 등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또 먹사연 입사와 송 대표의 당 대표 경선 캠프 참여 경위 등에 대해서는 "상황적으로 일을 하다 보니 경로·기회가 생겼다"고 포괄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에 배석 판사는 "먹사연 근무했던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먹사연이 비밀 첩보 조직 같다. 무슨 일을 하는지 1년 가까이 파악이 안 된다"며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총무 업무한다'고만 말하는데 뭘 감추려 하는 게 아닌지 의심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재판장 역시 "어떻게 조직이 돌아갔는지 확인하려고 증인을 채택해 물어보니 '다 모른다'고 한다"며 "상근 직원이 나와서 자기가 한 업무 내용을 제대로 이야기한 사람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증인들은 재판부가 자기의 말을 다 믿을 거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며 "증인의 진술이 객관적 상황과 어느 정도 매칭이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신문할 필요가 없다. 이후 증인들은 그러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먹사연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 7억 6300만 원을 받고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부터 소각 시설 청탁을 받으며 4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2021년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는 이성만 전 의원과 사업가 김 모 씨로부터 각각 1000만 원과 5000만 원의 불법 자금을 받아 경선캠프 지역 본부장 10명과 현역 국회의원 20명에게 제공한 혐의도 받는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