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으로 허벅지 밀친 강사 1·2심 '강제추행'…대법 "아니다"

피해자, 1심 법정서 "만진 게 아니라 가격했다" 진술
1·2심 벌금형…대법 "추행 고의 증명 부족"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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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운전 연수 중 강사가 주먹으로 수강생의 허벅지를 밀친 것은 강제추행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강제추행,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A 씨는 학원 등록 없이 운전 연수를 하는 강사로 2021년 7월 25일 연수 중 운전이 미숙하다는 이유로 B 씨의 허벅지를 주먹으로 밀친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달 29일에도 B 씨의 운전이 미숙하다며 "뒷골이 당긴다, 목을 주물러라"라고 말하고 B 씨의 오른손을 자기 목덜미로 가져간 혐의도 있다. 또 8월 26일 B 씨의 허벅지를 밀치고 운전대를 잡은 B 씨의 오른손을 잡은 혐의도 있다.

1심과 2심은 모두 A 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3회에 걸친 강제추행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7월 25일의 강제추행 혐의와 관련해 "이 부분 범행이 추행 행위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추행의 고의가 있다고 인정한 원심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A 씨는 사건 무렵 운전 연수를 받던 다른 수강생에게도 팔뚝이나 다리를 툭 치며 주의를 주는 등의 행동을 했다.

B 씨 역시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당일 A 씨의 행동에 대해 "A 씨의 지시대로 운전하지 못했을 때 A 씨가 화가 나서 때린 것", "만진 게 아니라 가격을 했다", "허벅지를 주먹으로 가격한 것으로 퍽 소리가 나게 쳤다"는 등으로 진술했다.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에서의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피고인이 주먹으로 피해자의 허벅지 부위를 밀친 행위에 대해 피고인의 폭행 가능성 내지 폭행의 고의를 배제한 채 곧바로 추행의 고의를 추단하기는 어렵다"며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확신을 갖게 할 만큼 증명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