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명품백 사건, 전담수사팀 설치 4개월 만에 마무리 수순

수심위 불기소 권고…사건 발생 2년·고발 9개월만
이원석 임기 내 매듭…후임 총장 부담 덜어 분석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6일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검찰 수심위는 이날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증거인멸,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등 모든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 의견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수심위가 수사팀과 같은 불기소 판단을 내리면서 윤석열 정부 내내 논란이 됐던 명품가방 수사도 마무리될 전망이다. 서울의소리가 김 여사를 고발한 지 9개월, 이원석 검찰총장이 전담 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지 4개월 만이다.

이원석 총장 임기 내에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오는 16일 취임할 후임 검찰총장의 부담도 한결 덜어줬다는 평가다.

논란이 됐던 김 여사 명품가방 사건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미교포 최재영 목사는 2022년9월13일 서울 서초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방문해 김 여사에게 디올 가방을 전달했다. 그보다 앞선 6월과 7월에는 샤넬 화장품과 양주 등도 선물했다.

최 목사는 김 여사에게 가방을 전달하는 과정을 손목시계에 달린 카메라로 모두 촬영했다.

영상은 촬영 14개월이 지난 지난해 11월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를 통해 공개됐다. 서울의소리는 같은 해 12월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사건은 정치권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총장은 총선이 끝난 뒤인 지난 5월 김 여사 사건에 대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며 전담 수사팀 구성을 지시했다.

같은 달 법무부는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부산고검장으로 발령하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을 임명했다.

이 총장이 지난 6월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하면서 김 여사 소환조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대검찰청에서는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의 기소 여부를 다룰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린다. 2024.9.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하지만 김 여사 조사 방식을 두고 이 총장과 수사팀이 이견을 보이면서 검찰 내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수사팀은 지난 7월 김 여사를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조사하면서 이를 대검에 사후 보고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중앙지검은 총장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함께 조사를 진행해 보고가 늦어졌다고 했지만, '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졌고, '출장조사'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평소 김 여사가 검찰에 직접 출석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이 총장은 수사팀의 방문 조사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은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 지검장을 질책하고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이후 수사팀 검사가 사표를 제출하는 등 반발이 커지자 수사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진상 파악을 진행하겠다며 한발 물러났다.

이 지검장은 지난달 22일 이 총장에게 수사팀의 무혐의 결론을 보고했다. 하루 동안 침묵하던 이 총장은 23일 금요일 오후 6시쯤 김 여사 사건에 대한 수심위 회부를 직권으로 결정했다.

이 총장은 수사팀의 무혐의 판단에는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출장 조사 논란과 총장 패싱 논란 등으로 수사 공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잡음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수심위까지 수사팀과 같은 판단을 내리면서 이 총장 임기 내에 김 여사 명품가방 수사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논란이 커지지 않았으면 소환조사 없이 마무리할 수도 있었던 사건"이라며 "정치권에서 계속 이슈가 되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총장은 이날 수심위 결론이 나오기 전인 오후 6시 10분쯤 대검찰청을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위원회 결과를 차분하게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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