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김문기와 골프·낚시했지만 기억나는 사람 아냐" (종합)
홀 역행해 치다 외국인 지적 받았냐는 질문에 "그런 기억 없어"
"유동규 말 다 진실 아냐…정치적 檢에 동조, 사실 아닌 얘기 많이 해"
- 노선웅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2015년 호주 출장지에서 골프와 낚시 등 레저활동을 함께한 사실은 있지만, 기억나는 사람은 아니라며 '성남시장 시절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기존 주장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피고인 신문에서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장동 사업을 담당한 김 전 처장과의 관계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이 같은 취지로 주장했다.
이 대표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출장지에서 이 대표와 김 전 처장 등과 함께 골프를 쳤고, 홀을 역행해 치다가 외국인에게 지적받자 유 전 본부장이 일본인인 척을 해 웃었다고 증언한 데 대해 "그런 기억이 없다. 공치느라 정신이 없었고 눈이 나빠 잘 안 보인다"며 "다른 누구와 깊게 대화하거나 그런 시간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이 출장 중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이 대표와 리모델링 관련 대화를 나눴다고 진술한 데 대해선 "기억이 없고 말씀드렸듯 제가 하위 직원과 체통 떨어지게 사소한 잡담을 안 한다"고 답했다.
그는 출장지에서 김 전 처장 등과 골프, 낚시 등 레저활동을 하고 바람을 쐬러 외출한 기억은 있는 것 같다며 인정하면서도 "저도 이런저런 레저 활동을 하는데 지금도 생각하면 어느 출장을 누구하고 갔던지 당연히 기억은 안 난다"며 "사실 검사님을 이렇게 2년 가까이 보는데 죄송하지만 아직도 이름 매칭이 안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유동규의 말이 다 진실일 것이라 생각하긴 어렵다"며 "유동규는 지금 검찰에서 여러 가지로 수사 중인 것도 있고 기소 안 하는 혐의도 많다. 매우 정치적인 검찰 입장에 동조해서 제 입장에서는 사실 아닌 얘기를 많이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이 계속해서 이 대표가 출장 중 공식 일정을 이탈해 다른 일정을 했다는 취지로 지적한 데 대해선 "반드시 거기 가야 하거나 그런 (일정)들은 아니어서 필요한 경우 빠지기도 한다. 저만 빠지는 게 아니라 직원도 빠지기도 한다. 꼭 필요한 일정 아니면"이라며 "중요하고 필요한 일정, 공무 관련성이 높은 일정이 없었던 것 아닌가 싶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당선 전부터 정진상·유동규·김문기와 이재명이 패밀리이자 측근, 대장동 의혹의 핵심들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검찰의 지적에 대해 "처음 듣는다"며 "산하기관 팀장이 시장하고 패밀리라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기간 당시 김 전 처장과 수차례 만났다는 증거로 제시된 세미나 참석 사진과 해외 출장 동행 사진 등이 제기돼 거짓말 논란이 제기됐다는 검찰 질문에는 "기억 안 나지만 그 사진이나 이런 것들을 얘길 해도 기억 속에 없다. 재판을 계속하며 상기해 봐도 특정되는, 기억나는 장면은 없다"며 거듭 김 전 처장과의 관계를 부인했다.
당시 방송 진행자가 거짓말 논란에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이 이뤄졌으니 만약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에게 특혜를 줬다면 선을 그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은 데 대해 자신은 통화한 기억밖에 없다고 거듭 해명한 것을 지적하자 "질문 자체가 터무니없는 것이고 수천억 원에 해당하는 거대 사업을 무슨 팀장이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겠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유동규가 한 게 맞는 것 같고 (김 전 처장은) 유동규 밑에 있는 직원에 불과하다"며 "팀장과 관계를 부정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얘기다. 유동규와 관계를 부정했다고 하면 말이 되겠지만"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재판 내내 이어진 김 전 처장과의 관계에 대한 검찰의 신문에 "질문을 좀 쪼개서 해달라", "질문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 등 지적으로 맞서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 방송 인터뷰와 TV 토론에서 김 전 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시절 알았으면서도 몰랐다고 허위 사실을 말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21년 국정감사 당시 국토교통부 협박으로 백현동 개발 부지 용도를 상향 조정했다고 허위 사실을 말한 혐의도 받아 2022년 9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오는 20일 변론을 종결하고 검찰의 구형과 피고인 이 대표의 최후진술이 이뤄지는 결심 공판을 열 계획이다.
통상 결심부터 선고까지 한 달가량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10월~11월에는 선고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편 마찬가지로 진도가 빠른 이 대표의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위증교사 의혹 재판도 오는 30일 결심 공판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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