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적발 후 공소시효 지나 귀국했다면…대법 "시효 정지"

국외서 세무당국 문답조사·과태료 부과 사전통지 받아
1·2심 모두 "형사처분 피하려 국외 체류" 판단…상고기각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0.1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공소시효 완성 직전 출국했다가 공소시효가 지나 귀국했다면, 해외에 머물던 기간은 공소시효가 정지됐다고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2억 5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A 씨는 2016년 1월 1일~6월 14일까지 스위스 소재 금융회사에 해외금융계좌를 보유하고, 그해 2월 기준 잔액이 220억 9780만 2661원이었는데도 이를 이듬해 6월까지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잔액 10억 원 이상 해외금융계좌 신고 의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되며, 위반 금액이 50억 원을 초과하면 처벌을 받는다. 공소시효는 5년으로, A 씨 사건의 경우 공소시효는 법정 신고 의무 종료일 다음날인 2017년 7월 1일이었다.

A 씨의 가족은 모두 홍콩에 거주지를 두고 있고, A 씨 역시 해외이주신고를 하고 홍콩과 한국을 오가다가 2022년 4월 다시 홍콩으로 출국해 머물고 있었다.

과세당국은 같은 해 5월 A 씨의 신고 의무 위반 사실을 적발하고 A 씨의 세무대리인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며, 6월에는 문답 조사를 실시하고 과태료 부과를 사전 통지했다. 세무대리인은 소명서를 제출하고 과태료 납부고지서에 이의를 제기했다.

A 씨는 특별한 사정 없이 곧장 귀국하지 않았다가, 공소시효가 지난 7월 28일에야 귀국하면서 인천국제공항에서 경찰로부터 지명 통보된 사실을 통지받았다.

1심은 A 씨에게 벌금 25억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었던 것이 아니므로 공소시효가 완성됐고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2심은 1심보다 적은 벌금 12억 5000만 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조세, 회계 전문가 등을 통해 통합세무조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20억 원의 과태료 부과의 사유가 무엇인지에 관해 전문적이고 상세한 자문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무대리인을 통해 서울지방국세청에 해외금융계좌 잔액의 자금 원천을 소명하기까지 했는데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곧바로 국내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공소시효 완성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출국하는 등 임의출석을 기대하기 어렵고 소재가 불분명해 수사가 지연되면서 당초 예정한 공소시효 완성 전 공소제기가 곤란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설령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국외에서 체류한 유일한 목적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여러 목적 중에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A 씨가 세무조사를 통해 부과된 약 32억 원의 종합소득세를 모두 납부했고, 의도적으로 신고 의무를 회피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

대법원도 "공소시효의 정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