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유동화 중단' 이틀 전…위메이드 임원진 카톡선 "진행시켜"

[사건의재구성] 검찰 공소장으로 본 '위믹스 유동화 중단' 사태
유동화 중단 선언 후 임원진엔 "필요한 만큼 유동화 진행해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이사 (뉴스1DB) ⓒ News1 김민석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이밝음 기자 = "누구든지 금융투자 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거나 시세 변동을 도모할 목적으로 위계를 사용해선 안 된다."

- 자본시장법 178조 부정거래행위 등 금지에 관한 조항 中

때는 2022년 1월 28일 오후 5시 57분쯤. 위메이드 공식 텔레그램 계정에는 '[공지] WEMIX(위믹스) 유동화 잠정적 중단 안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위믹스팀입니다. 위믹스팀은 현재 유동화를 잠정적으로 중지한 상태입니다. 시장이 좀 더 안정될 때까지 유동화를 재개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향후 유동화를 다시 진행하게 되면 사전에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겠습니다."

위믹스 유동화 중단이 선언된 그날 밤 많은 언론에서 이 사실을 대서특필했고 그 파장은 꽤 오래 지속됐다.

◇'유동화 중단' 지속 강조한 장현국 전 위메이드 대표이사

유동화란 쉽게 말해 암호화폐를 매각해 현금화하는 것이다. 장현국 당시 위메이드 대표이사는 2020년 10일 위믹스를 암호화폐 거래소에 최초 상장한 후 시세가 급등하자 약 2890억 원을 유동화해 사업 자금으로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이 투자자들에게 알려지자, 위믹스와 위메이드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위메이드의 부실한 실적을 위믹스 매각 대금으로 메꾸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었다.

장 전 대표 입장에서는 추가 하락을 막아야만 했고 유동화 중단 선언을 통해 투자자들을 안심시켜야 했다.

유동화 중단 선언 12일 만인 2월 9일. 장 전 대표는 2021년 4분기 위메이드 연간 실적 발표 콘퍼런스에서 취재진에게 거듭 사전 공지 없이 위믹스 유동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현장에서 "현재는 위믹스 유동화를 중단한 상태"라며 "시장이 안정되면 유동화하겠다고 밝힌 적 있는데 향후 위믹스를 유동화할 경우 자사주 매입 공시처럼 수량·금액·기간·자금 활용 계획까지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유동화 중단 선언하고, 임원진엔 '진행해' 상반된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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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 전 대표는 콘퍼런스 이틀 전인 7일 위메이드 임원진에게 다소 상반된 내용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1일 <뉴스1>이 입수한 공소장에 따르면 장 전 대표는 "기존에는 '유동화'를 독립적으로 한다"며 "그중에서 투자를 집행했다면 이제부터는 '투자 대상과 필요 금액'이 먼저고 그에 필요한 만큼 유동화를 진행해야 할 듯싶다"는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위메이드 임원진에게 보낸 혐의를 받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장 전 대표가 유동화 중단 선언과 달리 위믹스 유동화를 계속 진행할 생각이었다"며 "다만 유동화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발표할 경우 위믹스 가격과 위메이드 주가가 계속 하락할 것이고 이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유동화를 중단하겠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 전 대표는 같은 해 10월까지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계속 유동화를 진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위믹스를 이용해 펀드 투자를 한 다음에 테더(USDT) 등 스테이블코인으로 회수하거나 투자 대상 업체에 투자금으로 위믹스를 지급하고 상대 업체가 이를 스테이블코인으로 교환해 사용하도록 하거나 스테이블코인 대출 시 위믹스를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 등을 활용했다.

그러면서 장 전 대표가 투자자들 몰래 8677만 개 상당의 위믹스를 유동화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를 추산하면 약 3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체적 범죄 사실'을 공소장에 적시하며 자본시장법 178조 부정거래행위 등 금지에 관한 조항을 인용하기도 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유동화 중단 선언을 믿고 계속 위믹스를 자산으로 보유했다. 일부는 추후 가격 상승을 믿고 추가 구입을 결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이 돼서야 투자자 일부는 각종 허위 의혹을 제기하며 장 전 대표를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장 전 대표가 투자자들의 위믹스 매수 대금을 직접 취득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사기 혐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지난달 5일 위메이드법인과 함께 재판에 넘겼다.

장 전 대표 등의 첫 공판은 이달 24일 오전 10시 20분 서울남부지법 중법정에서 열린다.

한편, 위믹스는 대량 유동화 논란이 일면서 그해 11월 유의 종목으로 지정돼 12월 상장 폐지됐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