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조직에 날개 달아주는 국회"…법조계, 사기 피해회복 위해 뭉쳤다

법원 중심 '다단계 피해구제 연구학회' 출범…첫 세미나
"빠른 피해회복 위해 플리바겐·민사벌금 도입해야"

30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청심홀에서 '다단계 피해회복 법제도 연구학회(준)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법원을 중심으로 다단계 피해회복을 위한 제도 연구를 위한 모임이 출범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다수 피해자 사기사건 피해 구제를 위한 법제도 연구학회(가칭 다단계 피해구제 연구학회)는 30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출범식과 함께 제1회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모성준 대전고법 고법판사(48·사법연수원 32기)는 최근의 조직적 사기 범죄 양상을 언급하며 제대로 된 처벌과 피해 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입법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모 판사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 중 70% 이상이 조직적 사기범행 관련이지만 기소되거나 형사처벌을 받는 사기범죄조직의 수괴(우두머리)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범죄조직은 수사기관·법원의 맹점을 노려 처벌없이 고수익을 실현하고 있지만 국회는 오히려 사기 범죄 조직에 날개를 달아주는 입법을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기 범죄조직의 성공이 오롯이 그들의 의지와 상상력에만 달려있고 그들의 진보·발전을 방해할 수 있는 수사 기관, 재판은 남아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사기 범죄조직이 피해자 대응 모임까지 장악하는 형국이라는 게 모 판사의 설명이다. 모 판사는 "피해 대응 절차에서 범죄 조직이 모든 주도권을 갖게 하거나 피해자들이 신고를 통해 범죄 수익에 대해 파산·경매 등으로 채권을 확보할 때도 되레 공범들이 개입돼 채권자 중 가장 큰 부분을 가져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모 판사는 현행 제도의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형사소송법에 배상 명령을 규정하고 있지만 별 쓸모가 없고 부패재산 몰수 회복 특례법으로도 판결 확정 전 환부가 어렵다"며 "형사 기소에도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는데 유죄가 나오고 확정이 되기까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형사 재판의 문제점도 언급됐다. 토론자로 참여한 정기종 수원지법 안양지원 판사는 "형사 재판의 가장 큰 문제는 재판을 빠르게 진행할지 시간을 끌지 선택권이 전적으로 피고인에 있다는 것"이라며 "다수 피해자 사건, 복잡해진 사기 사건에서는 사실상 6개월 안에 재판을 끝내는 게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모 판사는 법무부 등 관련 기관에 피해 회복을 위한 권한·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범죄조직이 채권자로 기능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형사 재판 확정 전에라도 범죄수익을 신속하게 확보해 빠른 피해 회복을 하기 위해 플리바겐(사법거래)과 민사벌금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이정엽 법무법인 로집사 대표변호사 역시 "법적으로 파산을 시켜 평생 정상적인 금융 생활을 할 수 없게 돼야 하는데 파산 신청이 안 되면 수감생활을 마치고 나온 뒤 여전히 은닉 자산을 가지고 계속 활동할 수 있게 된다"며 "형사 사건에서 발견한 것들도 파산 법원이나 파산 관재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