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계획 알려 가게 양도 무산…'권리금 회수 방해'일까
대법 "계약서 특약에 '재건축 예정 있다' 내용 고지"
"건축 후 39년 지나 상당 부분 공실…회수 방해 아냐"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건물주가 새로운 세입자에게 재건축 계획을 알려 가게 양도가 무산되었더라도, 재건축 계획과 일정의 구체적인 내용이 이미 확정돼 있다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세입자 A 씨가 건물주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A 씨는 B 씨와 2018년 7월 1일부터 2019년 6월 30일까지 서울 강서구 등촌동 소재 건물 1층 일부를 보증금 2200만 원, 월 임대료 260만 원에 임차하기로 계약했다.
이후 임차 기간은 2021년 7월 1일부터 2022년 6월 30일까지로 연장됐고, 2022년 7월 1일 임대차계약에 대한 묵시적 갱신이 이뤄졌다.
음식점을 운영하던 A 씨는 같은해 8월 26일 새로운 인수자를 찾고 권리금 7000만 원에 가게를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B 씨에게 새로운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맺도록 요청했다.
B 씨는 A 씨에게 "건물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어 3년 임차기간에 한해 새로운 임대차계약 체결이 가능하다"고 알렸고, 이로 인해 권리금 계약은 해제됐다. A 씨는 B 씨가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임대차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과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해 권리금 지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1심과 2심은 모두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B 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신규 임차인 주선을 거절하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해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방해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상가임대차법상 '권리금 회수 방해 행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냈다.
B 씨가 고지한 내용이 구체적인 철거·재건축 계획이나 일정에 부합하고, 신규 임차인에게 불합리한 조건을 강요하는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B 씨 소유의 건물은 1985년 사용승인을 받은 뒤 원심 변론 종결을 기준으로 약 39년이 지났고, B 씨는 재건축을 위해 건물 상당 부분을 공실로 유지하고 있었다.
또 임차인들과의 계약서 특약사항으로는 '재건축이 예정돼 있으므로 2025년 8월 31일 이후에는 더이상 임대차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건물에 대한 재건축 필요성이나 재건축 의사의 진정성 등이 인정되고 철거·재건축 계획이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계획·단계가 구체화하지 않았는데도 피고가 신규 임차인에게 짧은 임대 가능 기간만 확정적으로 제시·고수했다거나 피고가 고지 내용과 모순되는 행동을 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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