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업 작업 중 숨진 개인사업자, 산재보험법상 근로자"

"의뢰 업무, 평소 업무와 구분…사측 지휘·감독도 받아"
"업무 비용·식대는 사측이 지급…제3자 고용도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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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개인사업자가 기업으로부터 의뢰받은 작업을 기업의 지휘·감독 하에 수행하다 숨졌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A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의 배우자 B 씨는 '개인용달'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한 개인사업자로, C 사로부터 이삿짐과 가구 운송 등을 부탁받아 작업하고 일당과 폐기물 처리 비용, 재료 구매비용, 식대 등을 지급받아 왔다.

B 씨는 지난 2022년 12월 26일 오후 3시 55분쯤 C 사로부터 의뢰받은 초등학교 음악실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피아노를 혼자 옮기던 중 피아노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B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같은 날 오후 4시 35분쯤 숨졌다.

A 씨는 B 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망인은 개인사업자로 C 사 대표로부터 의뢰받은 작업을 수행하고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급받는 거래관계에 있으므로 산재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며 부지급 결정 처분했고, A 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작업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산재보호법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C사는 망인이 수행해야 할 구체적인 업무 내용을 직접 지정하는 등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고, 망인은 C 사가 지정한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에 구속됐다"며 "망인이 평소 제3자를 고용해 작업을 대행하게 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망인이 사업주로서 외관을 갖췄고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지지 않았으며 근로소득세가 원천 징수되지 않았고 C 사 취업규칙·복무규정 등 적용을 받지 않았다"면서도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망인의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mau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