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서 드러난 '검사 탄핵'의 민낯…탄핵 사유 "직무 무관·불특정"
안동완 이어 이정섭 탄핵도 '불발'…재판관 전원일치 의견
이진숙·윤석열·김문수 탄핵 카드 거론…'정쟁 도구' 비판 나와
- 윤다정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54·32기)에 이어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53·사법연수원 32기)에 대한 탄핵소추까지 기각되면서 야당 주도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탄핵 사유 대다수가 직무와 무관하거나 특정되지 않아 헌법재판소의 판단 대상에서 제외됐다. 여기에 유일하게 판단 대상이 된 '김학의 뇌물 사건' 재판의 증인신문 전 증인 면담 역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더해졌다. 검사 탄핵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전날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 검사 탄핵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이 검사는 탄핵소추안 의결 272일 만에 업무에 복귀하게 됐다.
◇ "사유 특정 안되거나 직무집행 무관…헌법·법률 위반 아냐"
헌재는 소추 사유 중 △범죄경력 무단 조회 △강촌 엘리시안리조트 대기업 임원 접대 및 선후배 검사 이용 특혜 △처남 조 모 씨 마약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은 "소추 사유가 특정되지 않았다"며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코로나19 집합금지 위반 의혹 △자녀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도 "직무집행에 관한 것이 아니다"며 탄핵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증인신문 전 증인을 사전 면담했다는 소추 사유에 대해서는 재판관 7인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나머지 2인은 "헌법·법률을 위반했으나 파면에 이를 정도는 아니다"고 봤다.
선고 직후 청구인(국회) 측은 "핵심적인 자료가 검찰 내부에 있는 감찰 자료라든가 수사 자료였기 때문에 이 부분이 헌재에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고가 나버린 점은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탄핵심판 청구가 당초부터 허술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 안동완·이정섭 탄핵 잇단 '불발'에도 여전히 '탄핵 카드' 만지작
국회는 현재까지 검사 3명에 대해 탄핵심판을 청구했다. 이번 결정으로 이미 2명의 탄핵이 불발됐다. '고발 사주' 의혹으로 탄핵 대상이 된 손준성 검사장(50·29기,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의 경우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이어지면서 심판 절차가 정지됐다.
앞서 지난 5월 30일 헌재는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은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며 안 검사에 대한 탄핵 청구를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기각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사건들을 수사했던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을 예고하고 청문회에 착수했다. 공교롭게도 4명의 검사들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는 이 검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당사자가 강력히 부인하거나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들이 다수다.
일례로 대검찰청은 지난달 31일 국회의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51·33기) 탄핵 청문회 의결에 대해 "민주당에서 주요 탄핵 사유로 김 차장검사와 특정인의 관계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미 해당 특정인이 허위임을 밝힌 바 있어 부당한 탄핵 추진임이 드러났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현재 '탄핵 카드'가 거론되는 인사들은 검사 4인 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윤석열 대통령,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뉴라이트 사관' 논란이 불거진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이 있다.
◇ "정쟁 위한 탄핵" 비판 계속…민주당 "윤석열 독주 때문"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탄핵이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의결과 관련해 국회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변론기일에서도 유사한 취지가 반영된 질의가 나왔다.
김형두 재판관은 피청구인 측 대리인에게 "인터넷 청원은 5만 명 이상만 동의하면 되는데, 그렇게 돼서 수시로 탄핵 사유를 조사한다며 청문회를 여는 것은 헌법이나 국회법에서 탄핵소추 발의와 조사 요건을 가중한 취지를 몰각해서 탄핵 절차가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피청구인 측 대리인은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면서도 "300만, 500만의 국민이 청원했을 때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이기 때문에 국회가 조사할 수 없다'고 판단해야 한다면 더욱 큰 헌법 붕괴 사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독주를 막기 위해' 탄핵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탄핵이) 자주 사용되는 국회의 권한은 아닌데 민주당이 탄핵 카드를 너무 난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의 독주와 독재를 생각해야 된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현재 국회 (윤 대통령 탄핵) 청원에 국민들의 서명이 아마 130만(명)에 도달할 것"이라며 "채 상병 특검, 김건희 특검. 할 것을 안 한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을 치우니까 방송을 흉기로 만든 이진숙 후보자를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야권, 민주당의 독주, 입법 독주를 탓하기 전에 대통령께서 그러한 독주 독재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mau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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