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놀이'로 생각, '처벌 안 받는다' 확신 깨야…곳곳에 구멍

불법촬영 징역 7년 이하, 딥페이크 5년 이하…소지·시청 처벌 못해
배포 목적 없으면 제작자도 처벌 불가…"입법 보완·교육 필요"

손솔, 홍희진 진보당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TF 공동단장과 당원들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경찰의 강력한 대응 및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보당 제공) 2024.8.27/뉴스1

(서울=뉴스1) 서한샘 황두현 이밝음 노선웅 기자 = 수면 아래 가려져 있던 딥페이크 성착취물 실태가 확인되면서 수사부터 처벌에 이르기까지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심각성에 대한 사법부의 인식 부족, 관련 법률 미비, '걸리지도 않고 걸려도 처벌 안 받는다'는 청소년들의 인식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법조계에선 결국 딥페이크 성범죄를 막기 위해 통상의 불법 촬영 범죄보다 가볍게 생각하는 인식을 개선하고 보완 입법, 교육 등이 동반돼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 불법 촬영 '징역 7년 이하' vs 딥페이크 '징역 5년 이하'

28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딥페이크 성착취물 관련 범죄의 처벌이 느슨한 이유 중 하나로 법조계의 인식 부족이 지목됐다. 실제 불법 촬영을 하는 행위보다 딥페이크 범죄를 가볍게 바라본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인식 차이는 입법상 규정된 형량에서도 드러난다. 이른바 '딥페이크 방지법'으로 불리는 성폭력 범죄 처벌 특례법 14조의2에서는 허위 영상물 등을 제작·반포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불법 촬영이나 불법 촬영물 유포 등 범죄의 형량이 7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인 데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마저도 실제 법정에서는 딥페이크 범죄에 대해 반복성, 심각성 등 양형 기준을 고려해 대체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이 현실이다.

오선희 법무법인 혜명 대표변호사는 "법원에서는 실제 찍은 사진보다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의 피해가 더 작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AI 딥러닝 동영상 제작 기술 발전으로 피해자 모르게 퍼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 피해 정도를 가볍게 생각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반포 목적 제작'만 처벌…법망 빠져나가는 소지·시청 행위

입법상 공백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딥페이크 방지법상 처벌 대상은 반포 목적으로 제작하는 경우에 한정된다. 허위 영상물을 소지·시청하는 행위나 배포할 목적이 없는 합성·제작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 근거 조항이 없는 셈이다.

천정아 법무법인 소헌 변호사는 이를 두고 "'N번방 사건'으로 '딥페이크 방지법'이 도입됐지만 최근의 배포 양상까지는 상상을 못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에는 허위 영상물을 만들고 전달받아 혼자 보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배포 목적이 없어 아예 처벌되지 않는다. 보관·소지·시청에 대한 처벌 규정까지 이참에 보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지연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는 "텔레그램 같은 매체에서 딥페이크 합성물이 유통·반포되는 것을 실효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며 "제작과 소지보다도 유통을 차단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설치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관계자가 관련 내용이 담긴 배너를 살펴보고 있다. 2024.8.2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형량만 높이면 된다?…"안 걸린다" 인식이 더 문제

단순 '형량 높이기'에 앞서 처벌에 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20대 사이 만연하게 퍼져있는 "허위 영상물을 돌려봐도 걸리지 않는다", "걸려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수경 변호사는 "최근 20만 명이 들어있다는 (텔레그램) 방에서도 안 잡힐 거라고 확신하고 조롱하는 모습이 나타난다"며 "수사기관이 해외 공조를 통해서라도 확실하게 처벌할 수 있다는, 처벌의 명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도 엑스(X·옛 트위터)라, 텔레그램이라 수사가 어렵다고만 할 게 아니라 처벌하는 사례를 확실히 보여줘야 10·20대들이 '이러면 처벌받을 수 있구나', '잘못이구나' 이런 인식을 갖게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의 역할도 강조된다. 천 변호사는 "10·20대는 딥페이크가 자기들의 놀이 문화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법과 제도를 고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딥페이크가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성폭력 범죄가 되고 타인을 성적 대상화 하는 게 얼마나 위험하고 잘못된 사고방식인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