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N번방' 공범 징역 5년…"입에 담기 역겨운 내용"(종합)

허위영상물 400여개 제작·반포 혐의…검찰 징역 10년 구형
"피해자 인격 몰살…왜곡된 성적 욕망 표출·성적 대상화"

서울대학교 정문. 2024.5.21/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대학 동문 등의 사진을 합성해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서울대 N번방' 사건의 공범이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유랑 부장판사는 28일 박 모 씨(28)의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혐의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박 씨는 학업·진로·연애로 생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지만 인터넷에서 익명성 등을 이용해 왜곡된 성적 욕망을 표출시키고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했다"며 "이는 피해자 인격을 몰살하는 것으로 엄벌이 요구된다"고 질타했다.

또 "알려진 피해자 외에도 성명불상의 피해자가 존재하며 이들을 대상으로 가공 영상물을 반복적으로 텔레그램에 게시·전송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허위 영상물의 내용은 일반인 입장에서도 불쾌하고 부적절하며 입에 담기 어려운 역겨운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물을 올리는 현대인의 일상적 행위가 범죄에 악용, 인터넷에 유포돼 범행의 표적이 됐다"며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은 헤아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선고 뒤 피해자 1명을 대리하는 김민아 공동법률사무소 이채 대표변호사는 "검사 구형보다 (형량이) 많이 깎이긴 했다"면서도 "일상에서 SNS를 이용해 서로 안부를 묻던 것들이 범죄에 이용됐다는 걸 양형에 많이 참고하는 등 판결 선고 내용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디지털 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범죄 근절을 위해 엄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다경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 활동가도 "이번 사건뿐 아니라 텔레그램에서 딥페이크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며 "엄벌로 끝이 아니고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6월 결심공판에서 "피해자가 다수이고 범행 횟수를 보면 죄질이 극히 불량하며 직접 촬영한 불법 촬영물도 있다"면서 박 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서울대 N번방' 사건은 서울대 졸업생인 주범 박 모 씨(40)와 강 모 씨(31) 등이 서울대 동문 12명 등 수십 명의 사진으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해 유포한 사건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여성 61명이며, 이 중 서울대 동문은 12명이다.

40대 주범 박 씨는 본인이 개설한 텔레그램 그룹에 허위 영상물 1600여 개를 게시·전송하고 피해자 의사에 반해 촬영한 촬영물을 외장하드에 저장해 소지하고 있었다. 또 아동 성 착취물을 게시·소지한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받고 있다.

이날 선고를 받은 20대 공범 박 씨는 허위 영상물 400여 개를 제작하고, 1700여 개를 반포한 혐의를 받는다. 박 씨는 서울대 출신은 아니지만 이 사건 40대 주범 박 씨와 텔레그램으로 연락하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