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갭 투자자 구해요" 몰래 거주지 이전…대출받아 40% '꿀꺽'
[사건의재구성]사문서위조 등 혐의 20대 남성, 징역형 집행유예
법원 "전입신고서 위조·행사, 죄질 불량…실질적 피해자 발생"
-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무갭 투자자 구합니다."
무갭 투자자란 임차인이 거주 중인 전세가와 매매가가 거의 동일한 부동산을 추가 자금 없이 구입한 부동산 소유자를 말한다.
무갭 투자자 경우 소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기 어렵다. 해당 부동산의 선순위 권리자가 임대차 보증금에 대한 우선변제권이 있는 임차인이기 때문이다.
주범 김 모 씨는 무갭 투자자들이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고 싶어 하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김 씨는 이 투자자들이 대출받을 수 있게 도와주고 그 대가로 대출금의 40% 이상을 수수료 명목으로 챙기고자 했다.
어떻게 하면 임차인이 선순위 권리자인 부동산을 담보로 무갭 투자자들이 대출받을 수 있을까. 고민 끝에 김 씨는 해당 부동산에 임차인이 없는 것처럼 전입세대열람내역 등을 위조해 대출업체를 속이기로 마음먹었다.
생각보다 손쉽게 범행에 성공한 김 씨는 더욱 조직적으로 범행을 계속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텔레그램을 이용해 공범을 모집하기에 이르렀다.
2022년 6월 마침내 김 씨는 직원 3명으로 구성된 조직을 결성했다. 세 직원은 각각 작업 대출 준비, 대출금 수수료 수거, 무갭 투자자 감시 등을 맡았다.
그리고 숨은 조직원 한 명이 더 있었다. 이 사건 피고인 최 모 씨(29)다. 최 씨는 무갭 투자자로 부동산 작업 대출을 의뢰했다가 김 씨 범행에 가담했다. 최 씨는 무갭 부동산의 임차인에 대한 허위 전입신고를 해주는 조건으로 건당 25만 원을 받기로 했다.
김 씨 등은 2020년 10월 경기 광주시, 서울 서대문구에서 각 세입자 주소를 다른 곳으로 이전, 임차인이 없는 전입세대열람내역을 발급받아 담보가치가 있는 부동산인 것처럼 대출업체를 속이고 마침내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최 씨는 충북 제천시 소재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그곳에 비치된 전입신고서 양식에 검은색 볼펜으로 각 세입자 현 주소지를 자신이 세대주로 있는 곳으로 거짓 기재했다. 각 세입자 이름이 새겨진 위조 도장을 준비해 와서 임의로 날인했다.
최 씨는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주민등록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3월 재판에 넘겨졌다.
26일 <뉴스1>이 입수한 최 씨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한옥형 판사는 지난 9일 최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한 판사는 "이 사건 각 범행은 피고인이 임차인들의 전입 신고서를 위조, 행사해 그들 주소를 피고인 세대주로 돼 있는 곳으로 허위 이전한 것으로 범행 수법 및 내용 등에 비춰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각 범행이 사기 범행 수단으로 이용됐다"며 "실질적인 피해자들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주건조물방화 예비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그 판결이 확정돼 집행유예 기간에 자숙하지 않고 이 사건 각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 판사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재판 과정에서 실질적 피해를 본 임차인들에게 각각 50만 원씩 공탁한 점,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양형에 유리한 정상으로 꼽았다.
이 판결은 지난 17일 확정됐다.
한편, 김 씨와 나머지 조직원 3명의 기소 여부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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