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 사망' 영흥도 낚싯배 유족 2심도 승소…"정부·선주 38억 지급"

2심 "공무원이 직무상 보호 의무 위반한 경우 국가가 배상해야"
1심 "선장 무리한 운항…해양경찰 신속 구호 안 해" 책임 인정

영흥도 낚싯배 사고 피의자 명진 15호 갑판원 김모(46세)씨가 8일 오전 인천 서구 북항 관공선 전용부두에 정박된 명진15호에서 현장검증 하고 있다.2017.12.8/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노선웅 기자 = 15명의 사망자를 낸 인천 영흥도 낚시어선 사고 희생자 유가족이 정부와 선주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 2심에서도 승소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9-1부(부장판사 황승태 김유경 손철우)는 유가족 및 생존자 28명이 정부와 선주 A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1심이 판결한 손해배상액 38억 원을 그대로 받을 수 있게 됐다.

2심 재판부는 "피고(정부)는 설령 피고 소속 해양경찰관들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인정돼 징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행정조직 내부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그러한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인해 피해자들에 대한 구조가 지연됐다고 보기 어렵고 일부 지연됐더라도 이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해양경찰관과 같이 공무원에게 부과된 직무상 의무가 사회구성원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라면, 그 의무를 위반해 피해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국가가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에 "손해 분담의 공평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춰 볼 때 직무상 의무를 다하지 못해 범죄를 방지하거나 피해 확대를 막지 못한 피고 소속 해양경찰관들의 책임은 사고를 일으켜 피해를 직접 발생시킨 A 씨 등과 그 측면을 달리하는 점, 초기 대응 미숙이 있었으나 사고에 전혀 대응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고 당시 기상 상황 등 통제하기 어려운 사정 역시 구조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책임 비율을 전체 손해의 10%로 제한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심은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면서 A 씨가 총 38억여 원을 희생자 유가족과 생존자에게 배상하되, 그중 6억여 원은 국가가 함께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생존자와 유족은 각각 700여만~3억 4500여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받게 됐다.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는 2017년 12월 3일 낚시어선 선창1호(9.77톤)가 인천 옹진군 영흥도 진두항 남서방 1.25㎞ 해상에서 급유선 명진15호와 충돌해 승선자 22명 중 낚시객 등 15명이 숨진 사고다.

사고 후 조사에 따르면 당시 선창 1호의 선장은 좁은 수로에 진입하고도 유튜브를 청취하는 등 운항과 경계 업무를 소홀히 해 후방에서 접근하는 급유선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장 역시 당시 사고로 사망했다.

급유선 선장과 갑판원들도 충돌을 막기 위한 감속이나 항로변경을 하지 않았고 당직 근무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급유선 선장은 업무상과실치사죄, 업무상과실선박전복죄 등으로 기소돼 금고 2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 인천해양경찰서장과 상황센터장 등 경찰 관계자 23명도 징계 및 감찰 처분을 받았다.

형사사건과 별개로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들은 선장의 무리한 운항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입었고 해양경찰이 사고 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2018년 3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bueno@news1.kr